[마켓 투데이]외국인 매수세, 내년 상반기에도 ‘파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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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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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서 다시 순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11월 중순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뿐만 아니라 이머징(신흥) 아시아 전반에서 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처럼 올 들어 나타나는 외국인 순매수의 원천은 전 세계적인 저금리다.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췄고 이런 환경에서 조성된 잉여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는 것이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 채권 금리는 큰 폭으로 올랐다. 그렇지만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금리와 주가의 관계가 꼭 일률적인 것은 아니다. 주가 상승의 시작은 통상 저금리가 계기로 작용한다. 실물경제의 상황이 좋지 못하더라도 낮은 금리가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실물경제가 회복되면 금리도 올라간다. 금리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그 대가로 받는 것, 즉 돈의 가치를 뜻한다.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돈의 가치인 금리도 돈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설비투자 수요가 됐건, 소비 수요가 됐건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돈 값인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그래서 주가 상승의 후반부는 주가와 금리가 함께 오르는 때가 많다. 장기적으로는 금리 인상이 주가에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금리를 못 올릴 정도로 경기가 나쁘다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릴 수 없다.

다만 금리 인상 초기에는 마찰적 충격이 나타날 수 있다. 저금리 국면에서 팽창됐던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중앙은행의 저금리 공조가 끝나는 시점에서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도 주춤할 수 있다. 필자는 한국보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적어도 증시 편에서만 보면 올해 3월 시작된 강세장에서 유동성을 공급한 주체는 선진국의 중앙은행이었고 그중에서도 미국의 역할이 컸다. 미국의 제로 금리와 이에 따른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입이 한국 증시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이스라엘과 호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해 하반기에 금리를 올렸다. 그렇지만 그 파장은 크지 않았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만일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서 증시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1992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 초기 국면에서 늘 외국인은 주식을 팔았고 한국 증시도 조정을 받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는 빨라도 내년 3분기 즈음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보면 외국인의 매수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분간 외국인 매매는 한국 증시에 우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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