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CEO인사 관리형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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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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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포화 통신 관료출신-수주가뭄 조선 재무통 약진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성장 정체기에는 관리형 최고경영자(CEO)가 약진한다는 경제계의 ‘인사 법칙’이 올해에도 확인됐다.

지독한 수주 가뭄으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조선업계의 올해 대표이사 인사에서는 ‘재무통’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9일 실시한 임원 인사에서 엔지니어 출신으로 회사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최길선 사장 후임으로 오병욱 해양·플랜트 사업본부장과 이재성 경영지원본부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오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이 신임 사장은 경영대학원 박사 출신으로 현대선물 대표를 거친 재무통이다. STX조선해양도 지난달 중순 ‘기술통’인 김강수 전 대표 후임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홍경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올 7월에 선임된 이상옥 대한조선 회장과 3월에 선임된 이재용 한진중공업 조선부문 대표도 재무 전문가들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엔지니어 출신이 물러나고 재무 전문가가 약진하는 것은 조선산업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경영목표가 새로운 공법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었다면 앞으로는 비용을 절감하고 낭비를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과거의 수직 성장을 멈춘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올해 상반기(1∼6월) 인사에서 언론인 출신의 CEO가 일제히 물러나고 법조인 출신의 김상헌 NHN 대표, 재무통인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등 관리형 CEO를 잇달아 선임했다.

시장이 포화상태인 통신업종에선 성장 정체를 극복할 구원군으로 정책 전문가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30일 주주총회를 거쳐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3사 통합을 결정한 LG그룹은 통합법인인 LG텔레콤의 새 CEO로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인 이상철 전 광운대 총장을 내정했다. 이에 앞서 KT도 지난해 말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씨를 회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같은 시기에 SK텔레콤의 수장(首長)도 옛 상공자원부(현 지식경제부) 관료 출신인 정만원 사장으로 교체됐다. 이는 성장 정체기를 맞은 통신업계가 통신과 방송, 통신과 인터넷, 유선통신과 무선통신 등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성장의 돌파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주도적으로 풀어내는 정책 조정 능력이 가장 중요한 CEO의 조건이 된 셈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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