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두바이 모라토리엄의 교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0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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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논평: 두바이 모라토리엄의 교훈

세계 금융시장이 두바이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 선언의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두바이 사태'가 찻잔속의 태풍이 아니냐는 낙관론이 일고 있습니다. 유럽 주식시장은 폭락세를 멈췄고 두바이 쇼핑몰은 평소처럼 쇼핑객으로 붐빈다고 합니다. 두바이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선상에서 봐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가 아무리 낙관적이라고 해도 '사막위의 기적'이라고 불린 두바이 신화에 금이 간 것은 사실입니다. 60조 원이 넘는 자금의 상환유예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죠.
그렇다면 전 세계의 자본과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사막위의 뉴욕'을 추구하던 두바이는 왜 이번 사태를 맞았을까요? 두바이의 몰락은 시간문제 일뿐이라고 수없이 지적했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경고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장 교수는 제조업 기반이 없는 금융 관광 서비스 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해왔습니다. 실제로 두바이에서는 물류산업을 제외한 금융 관광산업은 후발주자들의 추격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부동산은 이번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새로 지어진 아파트는 입주가 절반도 되지 않아 밤이면 깜깜하다고 합니다.
외형에 대한 집착과 당대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성도 위기를 가져온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습니다. 초고층 빌딩을 세우면 경제위기가 온다는 가설입니다. 70년대 뉴욕 무역센터와 시카고 시어즈타워가 지어진 후 오일쇼크가 왔고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세계최고 빌딩이 된 후 아시아 금융위기가 왔던 것을 상기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보다 두바이 모델에 찬사를 보냈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너도 나도 두바이를 따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탄탄한 제조업 없이 빚으로 실적을 낸 두바이 모델은 한계가 있음이 분명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두바이 사태로부터 우리가 배워야할 값진 교훈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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