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빠듯한데 낭비요인 여전… 2010 예산안 곳곳에 허점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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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공무원에 시장경제 교육? “현실성 없다” 지적에도 3년째 2억여원 편성
年 3억 아끼려 300억 투자? 복지시설 가전제품 교체… 투자 회수에 95년
인구총조사 TV홍보 6배로? 지상파 광고비 2005년 8억 → 2010년 50억


나라살림 형편이 빠듯해지고 있지만 2010년 예산안에는 세금을 허튼 데 쓰는 낭비 요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이 불투명한 대북 시장경제 교육, 무려 95년이 걸려야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복지시설 가전제품 교체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10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이들 사업에 대해 “국회 심의과정에서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기획재정부, 북한 공무원·학자 교육

기획재정부는 북한 공무원과 학자들에게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대북지식협력사업에 2억5500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은 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용역기관과 계약을 하고 북한 공무원과 학자들을 자본주의 시장체제를 도입한 중국과 베트남 등에 데리고 가서 시장경제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처음 시작한 2008년에도 “북한의 참여를 보장할 수 없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재정부는 지금까지 예산을 교육비 대신 대부분 연구용역비로 사용했으며 지난해 예산액 대비 집행률은 59.6%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재정부는 지난해(3억 원), 올해(2억5500만 원)에 이어 내년까지 3년째 예산을 편성해 눈총을 받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보안상 연구용역 내용 등 자세한 것은 밝힐 수 없지만 실제 교육을 할 수 있게 될 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며 “올해 예산은 다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 지식경제부, 복지시설 가전제품 교체

지식경제부는 에너지 절약 및 서민층 지원을 위해 내년부터 사회복지시설에 설치된 에너지 저효율 가전제품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예산 300억 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 사업을 통해 절감되는 전기요금은 한 해 3억15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지경부는 자체 분석하고 있다. 투자한 돈을 모두 회수하려면 95년이 걸리는 셈. 예산정책처는 “가전제품의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투자 회수율이 5.3∼10.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지경부는 이 사업을 통해 복지시설의 에어컨을 고효율 선풍기로 교체할 방침이지만 냉방 능력의 차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복지시설이 이를 원할지 의문이다. TV를 디지털 발광다이오드(LED) TV로 전환하는 것은 LED TV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이 사업에 드는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내년부터 대용량 에어컨, 세탁기 등에 5%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방침이지만 이 역시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예산 급증

통계청은 5년마다 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예산을 2005년 1289억5000만 원에서 2010년 1808억6800만 원으로 40.3% 늘렸다. 2000년 예산(833억8700만 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같은 기간 물가가 32% 올랐고, 인터넷 조사기술이 발달한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홍보 예산은 2005년 60억5400만 원에서 2010년 126억5200만 원으로 109% 증가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 3사를 통한 광고 예산은 2005년 8억 원에서 2010년 50억 원으로 급증했으며 광고 횟수는 73회에서 480회로 늘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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