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산자이 수베다 美‘스톰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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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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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중 10%만이 10~100배 수익
한국, 벤처기업인 많지만 끈기있는 투자자는 적어

1986년 스트라타컴이란 회사를 창업한 세 명의 미국인은 10년 뒤 이 회사를 세계적인 통신장비회사 시스코에 5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팔았다. 억만장자가 된 창업자들은 그 돈의 일부인 600만 달러로 벤처캐피털을 세웠다. 스톰벤처스라는 벤처캐피털이었다.

지금 스톰벤처스는 통신업계에서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회사다. 5억 달러 이상의 운용자금을 굴린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창업을 위한 종잣돈이 필요하거나 창업 준비 단계에 있는 벤처기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 덕분이었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산자이 수베다 대표(사진)를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솔빌딩에서 만났다. 그는 “벤처기업은 아기와 같다”며 “어린아이의 손에 돈만 쥐여주면 결국 아이를 망치듯, 벤처기업에도 돈만이 아닌 다양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스톰벤처스는 창업 단계의 벤처기업에 세 가지 지원을 한다. 우선 직원 채용을 돕는다. 한두 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하는 벤처기업의 특성상 처음 팀을 구성하면 이 한두 명이 창업멤버로 기업을 주도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으면 회사는 성장하기 어렵다. 수베다 대표는 “첫 10명을 ‘강한 팀’으로 구성하는 게 성공의 가장 기본 조건”이라고 말했다.

또 관련 기술을 가진 기업을 소개해준다. 예를 들어 수베다 대표가 한국에 온 건 스톰벤처스가 투자한 ‘비타민MD’라는 국내 인터넷 의료정보 회사의 이사회 참석 때문이었다. 이들은 비타민MD에 미국 하버드대 의대를 파트너로 소개해줬다. 차별화되고 믿을 만한 의료정보 데이터를 확보해야 사업이 경쟁력을 갖춘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지막 지원은 고객이다. 처음 매출을 올릴 때 제대로 된 고객에게서 제대로 된 매출을 올려야 그것이 ‘레퍼런스(보증)’가 돼 다른 고객들을 이끈다는 것이다. 수베다 대표는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은 우리가 투자했던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스톰벤처스에 신뢰를 갖고 있다”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이런 대기업들을 고객사로 만들어주는 게 벤처캐피털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수베다 대표는 “벤처기업에 투자해서 증시 상장이나 기업 매각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때까지 6∼8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겨우 10% 정도의 기업만이 성공을 거둬 투자 금액의 10배, 100배의 수익을 낸다.

벤처 투자는 산업 구조를 잘 알고, 전문지식을 갖춰야 하는 건 물론이고 끈기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스톰벤처스는 자신들이 잘 아는 통신장비와 이동통신 분야의 기업에만 투자한다. 한국에서도 모바일게임 업체인 컴투스와 휴대전화 동영상 압축기술을 가진 엠큐브웍스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컴투스는 코스닥에 상장됐고, 엠큐브웍스는 국내 반도체업체인 코아로직에 227억 원에 매각했다.

수베다 대표는 “한국에는 기술과 열정이 넘치는 벤처 기업인이 많다”며 “다만 이들을 초기부터 지원하고 끈기 있게 지켜봐 줄 훌륭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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