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up KOREA]“휴대전화 4대중 1대는 삼성” 세계를 점령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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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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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휴대전화 LCD패널 메모리반도체… 삼성전자 1위 독주
3.9㎜ 얇은 TV패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첫 사무소를 열었다. 반도체 D램을 갖고 현지 세관에 가니 ‘한국에서도 반도체를 만드느냐’며 한국 정부에 공문을 보냈다. 현지 직원을 뽑을 때는 면접을 봐야 할 내가 오히려 면접을 당했다. 한 지원자는 ‘당신 회사는 어떤 회사냐. 갑자기 문 닫을지 모르니 3년 치 월급을 한꺼번에 달라’고 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완제품(DM) 부문 사장은 올해 10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 전자전시회인 ‘IFA 2009’에 참석해 1980년대 독일에서 근무했던 시절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을 평정한 ‘전자 제왕’이 됐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TV 1위, 휴대전화 1위, 대형 액정표시화면(LCD) 패널 1위,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자산업의 주요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 각 부문의 성과를 짚어본다.》

¶ 휴대전화 “트리플 투 달성”

삼성전자의 모델들이 스마트폰 제품군인 ‘옴니아 패밀리’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스마트폰 5종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세계 1위 노키아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모델들이 스마트폰 제품군인 ‘옴니아 패밀리’를 선보이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 2위인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스마트폰 5종을 한꺼번에 내놓으면서 세계 1위 노키아를 추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올해 목표인 트리플 투(Triple Two) 달성은 문제없다.”

휴대전화 사업을 총괄하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트리플 투는 △사상 최초의 휴대전화 2억 대 판매 △세계 시장 점유율 20%대 첫 돌파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률 달성 등 세 가지 경영 목표를 가리킨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가 3분기에 역대 최대인 6000만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팔아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5230만 대를 팔아 19.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세계 1위인 노키아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키아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7.8%이지만, 올 들어 풀터치폰과 메시징폰 등 프리미엄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밀리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선진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북미와 서유럽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분기 점유율 25%로 노키아(21%)를 앞선다. 선진국 시장에서 팔리는 휴대전화 4대 중 1대는 삼성전자 제품인 셈이다.

¶ 차세대 디스플레이 주도

지난달 28일 일본 요코하마(橫濱)에서 열린 디스플레이전시회인 ‘FPD 인터내셔널 2009’에서는 단연 삼성전자가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002년 이후 LCD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9월 삼성전자는 24.3%(수량 기준)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경쟁업체인 대만 업체가 가동률을 낮췄을 때에도 가동률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차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이어간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경쟁을 넘어서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두께가 3.9mm 500원짜리 동전 두께의 2배 정도로 얇은 TV 패널인 ‘니들 슬림(Needle Slim)’이 돋보였다. 이는 삼성전자가 현재 양산하는 LED TV 패널(10.8mm)의 약 3분의 1 수준이고, 기존 LCD 패널(50mm)의 12분의 1이 채 안 된다. 초슬림 TV와 액자형 벽걸이 TV의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소비전력을 65% 절감한 LCD 패널과 터치 센서를 내장한 LCD 패널 등을 전시했다. 장원기 삼성전자 LCD 사업부문 사장은 “그동안의 LCD 시장이 브라운관(CRT) 시장을 대체해 나가는 LCD 산업 1기였다면 앞으로 전개될 LCD 산업 2기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개념의 LCD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에서 더욱 인정받는 TV

삼성전자는 과거의 ‘TV 맹주’ 소니를 꺾고 2006년부터 세계 LCD TV 시장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TV 영토를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8월 40인치 이상 LCD TV 시장 점유율이 금액 기준 46.1%, 수량 기준 40.0%로 독주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초고화질(풀HD)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금액 기준 45.3%, 수량 기준 38.6%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TV는 휴대전화와 마찬가지로 선진국 시장에서 더욱 인정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가 집계되는 유럽 19개국 중 삼성전자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16개국에서 올해 1∼8월 LCD TV 판매 금액(금액 기준)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금액 기준으로 유럽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올해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 4개국에서 새롭게 정상을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세계적인 컨설팅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으로부터 올해의 시장 리더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삼성전자가 최고의 품질, 최고의 수익 및 시장 점유율, 친환경 제품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 세계 D램 시장 독식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D램에서도 삼성전자는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34.1%로 지난해 같은 기간(30.2%)보다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 세계 반도체 업계는 불경기에 과잉생산까지 겹치면서 상대가 망할 때까지 물량공세를 펼치는 ‘치킨게임’을 2년 넘게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만과 일본 등의 경쟁업체들은 감산에 돌입했지만 삼성전자는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격차를 더 벌렸다.

차세대 D램으로 꼽히는 DDR3 D램의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40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급 공정을 적용한 DDR3 D램 양산에 돌입했다. 경쟁업체들은 기껏해야 60나노급 공정을 갖추고 있는 상황. 회로선폭이 줄어들면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D램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와 해외 경쟁사와의 기술격차가 1년 이상으로 벌어져 삼성전자의 독식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 사장은 “소비전력이 낮은 제품 등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상품을 더 많이 내놓고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반도체 부문 매출을 올해 166억 달러에서 2012년 255억 달러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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