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 곤충 보유 세계3위 이끈 무공해농업 선구자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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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이 보유하고 있는 천적 곤충 앞에서 그린 생명산업과 한국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벌레장사’ 이원규 대표. 서영수 기자
㈜세실이 보유하고 있는 천적 곤충 앞에서 그린 생명산업과 한국 농업의 국제 경쟁력을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벌레장사’ 이원규 대표. 서영수 기자
29종 보유해 일본보다 앞서
日의 4분의 1 가격… 경쟁력 갖춰
코스닥 상장 - 올해 매출 200억

■ 천적회사 ‘세실’ 이원규 대표

“농업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닙니다. 농산품이 반도체나 자동차보다 더 수익률이 나을 수 있습니다. 잘만 하면 농업만큼 경쟁력이 높은 산업도 없습니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하지만 충남 논산의 천적회사 ㈜세실을 찾아가 이원규 대표(55)로부터 천적 산업의 현황과 실태 및 세계 첨단 농업의 현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난 뒤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4만8700㎡(약 4만5000평)의 용지에 자동화된 40여 동의 대형 유리온실이 실험실처럼 서있고, 그 안에 천적과 먹이가 되는 해충이 집단 번식하고 있었다.

천적농업은 천적으로 해충을 퇴치해 무공해 식품을 생산하고 농약을 뿌리는 농부에게도 해를 주지 않는 일석이조의 친환경 방제방법. 자연계의 먹이사슬을 이용한 자연친화적 방식이다. 1970년대 한국 소나무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솔잎혹파리가 일거에 박멸된 것도 먹좀벌이란 천적 덕분이었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무역회사에 입사해 목재 무역을 배웠고, 1991년 4월 세실무역이란 회사를 설립해 독립했다. 이후 1998년 외환위기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새로운 사업구상에 나섰다. 그러던 그는 네덜란드가 화학농약 사용량의 65%를 감축했으며, 한 해 200억 달러의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1년 곧바로 회사명을 세실로 바꾸고 사업장과 생산시설 준비에 나섰다.

“당시 국내에는 관련 법규와 제도는 물론 업종도 분류가 제대로 안 돼 있었습니다. 국회와 정부를 드나들며 식물 검역법 개정을 청원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섰지요.”

현재 세실은 천적 29종과 화분매개용 수정 벌 1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천적산업 강국인 네덜란드(34종) 벨기에(33종)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한국보다 5년 일찍 이 분야에 뛰어든 일본은 천적이 7종에 불과하다. 가격 또한 일본에 비해 4분의 1 정도. 딸기 토마토 고추 파프리카 오이 수박 참외 등 거의 모든 작물에 효과가 있다. 농가에서 연락을 해오면 컨설턴트가 현장을 방문해 천적 교육과 접종 방식을 정해준다. 천적은 해충만을 잡아먹을 뿐 농작물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효과를 의심하는 분들도 있지만 농약을 안 뿌려도 되고 생산량이 15∼30% 느는 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창립 첫해 2억 원 미만이었던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184억 원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200억여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영국 벨기에 캐나다 등에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는 천적산업 종주국인 네덜란드에도 수출할 계획이다.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2007년 코스닥에도 회사를 상장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2006년을 기준으로 네덜란드가 세계 화훼교역량의 48%, 토마토의 2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2014년까지 천적 수를 45∼50종으로 늘리고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이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생물학적 관리에 의해 재배된 농산물임을 인증하는 제도인 ‘세이프 슈어(Safe Sure·SS)’다. 선진국들이 ‘BIO’ 또는 ‘ECO’ 인증을 통해 자국 농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처럼 ‘천적이 지켜낸 농산물’이란 의미의 SS를 실시해 우리 농산물의 차별화와 국제적인 농산물 브랜드를 구축해 한국 농업의 수출경쟁력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다.

“전국 1만 농가를 SS로 조직화해 생산력을 30% 향상시키고, 현재 50ha인 천적 배양용 유리온실을 200ha 정도로 늘려야 합니다. 초기 투자에만 2500억 원가량이 들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시설투자 및 지원이 필요합니다.”

회사 방문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250여 명의 직원이 하나같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방문자를 맞는다는 점이었다. “경영자는 트렌드를 읽거나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얼굴에서 강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논산=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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