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에 치인 中企, 이번엔 환율급락 울상

  • 입력 2009년 9월 25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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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2원이 수익 마지노선”

환율이 달러당 1100원대로 떨어지면서(원화가치는 상승) 수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4일 현재 1195.70원으로 올해 고점인 3월 3일 1573원과 비교하면 380원 가까이 급락한 셈이다. 올해 상반기에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 효과를 봤던 국내 수출기업들이 거꾸로 환율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환율변동을 접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대기업은 환율변동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에 대비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장사해 온 중소기업은 채산성 악화와 경쟁력 약화의 ‘이중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세계 생산거점이 많아 어느 정도의 ‘환율 리스크’는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현대차가 1200억 원, 기아차가 800억 원의 매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800원대였던 2007년이나 1000원대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환율 구조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엔화 강세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전자, 자동차 기업에는 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문제는 일본 기업과 경쟁하지 않거나 품질 경쟁력보다 가격 경쟁력에 의존해온 중소·중견기업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20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인들은 채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이 달러당 1192원이라고 답했다. 거의 ‘마지노선’에 근접한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로 속앓이를 한 경험이 있어 환 헤지(위험회피)를 생각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수출을 주로 하는 한 중소 섬유업체 대표는 “손해 보지 않고 수출할 수 있는 한계는 1100원대 후반”이라며 “지금은 내년 물량을 수주하는 시기인데 어느 정도 주문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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