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전후 서울 주식 직접투자자 區別지도 분석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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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서초 송파 등 부자區 개미
일반區 개미보다 2.7%P 더 벌어

‘조바심을 내면 주식 직접투자에서 이길 수 없다.’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직접투자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고 무슨 성적표를 받았을까. 본보 증권팀은 지점과 투자자 수가 많은 상위 4개 대형증권사의 서울지역 140여 개 지점에 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금융위기를 전후한 순자산액, 매매주기 등 투자 행태를 분석했다. 금융위기 전인 2007년 9월∼2008년 7월과 위기 후인 2008년 9월∼2009년 7월을 대상 기간으로 했다.

그 결과 ‘큰손’ 투자자일수록 위기에 흔들리지 않고 주식을 장기 보유해 높은 수익을 낸다는 주식시장의 속설이 사실로 뒷받침됐다. 서울에서 지방세 납부액이 많은 구(區)일수록 회전율은 낮았고 수익률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방세 납부액은 구별 여유 정도를 평가하는 간접 지표로 활용했다.

○ 여유가 적은 지역일수록 회전율 높아

2008년 서울의 구별 지방세 납부액 평균을 크게 웃도는 구는 강남, 서초, 송파, 종로, 중, 영등포구 등 6곳이었다. 반면 서대문, 금천, 은평, 중랑, 도봉, 강북구는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구로 분류됐다. 2007년 9월∼2009년 7월에 상위 6개 구의 월평균 회전율은 52.5%로 하위 구(98.4%)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상위 구의 개인투자자들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주식을 사고팔았다면 하위 구의 개인들은 한 달에 한 번 매매했다는 뜻이다.

이 기간 중 지방세 중상위 구(용산, 양천, 마포, 구로, 강동, 강서구)의 회전율은 80.7%, 중하위 구(광진, 동작, 성북, 동대문, 노원, 관악, 성동구)는 90.1%로, 납세액이 낮아 여유가 적은 지역으로 갈수록 회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 전체의 회전율은 금융위기 이전 76.1%에서 이후 81.0%로 뛰어 금융위기 직후 투자자들의 주식 매매가 부쩍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별로는 지방세 중하위 구가 83.6%에서 96.6%로 변동폭이 가장 컸고 중상위 구가 80.8%에서 80.6%로 변동폭이 가장 작았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오르면서 활발한 매매로 손실을 보전하려는 개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잦은 매매와 높은 수익은 거리 멀어

개인들이 주식을 자주 사고파는 것은 높은 차익을 노린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대치와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을 덜 사고팔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던 것.

지방세 상위 구는 금융위기 이전 ―17.5%의 수익률에서 금융위기 이후 16.4%의 수익률로 반등했다. 반면 하위 구는 각각 ―19.8%, 13.7%의 수익률에 그쳤다. 주식을 자주 매매했지만 주가가 내릴 때는 2.3%포인트 더 잃었고 주가가 오를 때는 2.7%포인트 덜 벌었던 것. 중상위 구는 금융위기 이후에는 18.9%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주가 하락기인 위기 이전에는 ―18.6%로 상위 구보다 1.1%포인트 더 빠졌다. 중하위 구는 ―20.2%와 16.4%의 수익률을 각각 보였다. 특히 구별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을 뽑아본 결과 상위 구는 금융위기 전후 모두 시가총액 10위권에 드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LG전자 등 초대형주를 주로 순매수했지만 하위 구는 초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순매수 비중이 비슷했다.

대우증권 오대정 WM리서치파트장은 “경기 회복 초기에는 중소형주가 먼저 반등한 뒤 대형주로 옮아가기 때문에 회복기 수익률은 중상위 구가 더 크지만 장기적으론 대형우량주에 집중 투자하는 상위 구가 더 큰 수익률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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