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꿈의 빅3’ 시동거나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상반기 세계 점유율 7.5%
포드에 8000대 차이 앞서
美-日업체 구조조정 끝나고
2~3년 뒤 진짜 승부 벌여야
전문가들 “빅3까진 먼 길”

기아자동차가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외에서 모두 74만8000대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이 2.5%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점유율 2.1%에서 0.4%포인트가 오른 것으로 기아차로서는 사상 최고의 성적이다. 같은 기간 역시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넘은 현대자동차 실적과 합치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7.5%로 올라가게 된다.

기아차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굿모닝신한증권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액 8조1788억 원, 영업이익 4192억 원, 당기순이익 4445억 원의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89억 원보다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611억 원보다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기아차 측은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효과와 정부의 지원책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 갈 수 있었다”며 “올해 연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60만 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해외 마케팅 비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으로 많은 5090억 원을 쓰는 등 공격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펼쳐 주요 국가에서의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에서는 처음 점유율 3%를 넘었다. 이재록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새 모델들을 계속 해외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점유율을 올해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또 내년 1월로 예정된 미국 조지아 공장의 양산 시점을 앞당기고, ‘쏘렌토R’ 외에 다른 모델들도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지아 공장에서는 내년 10월을 손익분기점으로 삼아 내년부터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최근 노조의 파업에 대해 “수출 물량 선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해외 공장에서 부족분을 대신 생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이와 관련해 노조가 8월 말까지 부분 파업을 계속 벌이면 6월부터 벌인 파업으로 인한 매출 손실액이 1조 원 이상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판매량 기준으로 현대·기아차가 미국의 포드를 앞지르고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하나의 그룹인 르노와 닛산을 별개의 회사로 본 것으로 두 회사의 판매량을 합하면 현대·기아차의 성적은 5위가 된다.

자동차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거두면서 세계 자동차업계 ‘빅3’ 진입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포드와의 판매량 차이가 불과 8000대 정도로 미미하며, 내년에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포드의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히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기아차의 순위는 거꾸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도요타와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지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현대·기아차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현실적으로 르노-닛산이 붕괴하지 않는 한 현대·기아차가 자력으로 4위에 진입하는 것은 어려운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자동차회사들의 합종연횡이 끝나는 2, 3년 뒤에는 진짜 승부가 벌어질 것”이라며 “지금 포드를 앞지른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00년대 초 ‘글로벌 5위 진입’을 목표로 내걸어 순위경쟁에 상당한 의미를 뒀으나, 이후 2005년부터는 “순위는 의미가 없다. 초일류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태도를 바꿨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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