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부터 사전 청약이 예상되는 서울 강남지역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 시세의 절반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분양가를 크게 낮춰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당첨자에게만 불로소득을 안겨주고 이에 따라 청약 과열을 빚는 등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서울 강남구 세곡지구와 서초구 우면지구에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의 분양가가 3.3m²당 1300만 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토지 조성 원가와 건축비 등을 감안해 추정한 가격으로 인근 아파트 평균 거래가의 절반을 크게 밑돈다. 9일 현재 강남구는 3.3m²당 평균 3120만 원, 서초구는 2543만 원이며 세곡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강남구 수서동은 평균 2077만 원, 일원동은 2674만 원 선이다. 우면지구와 가까운 서초구 양재동은 3.3m²당 1988만 원, 우면동은 2200만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서울 강남권에서는 재건축을 제외하고는 신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들 아파트가 공급되면 청약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 보금자리주택은 인근의 소형 아파트보다 최소 3억 원 이상 쌀 것으로 예상된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보금자리주택은 인기지역에 싼 아파트를 공급해 주변 시세를 떨어뜨린다는 취지는 거두지 못하고 최초 당첨자에게 이벤트성으로 엄청난 시세 차익만을 안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도 이런 문제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20% 이상 낮으면 차액에 해당하는 범위에서 분양 신청자가 채권을 사도록 하는 ‘채권입찰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채권입찰제는 85m² 이상 주택에만 적용하도록 돼 있어 85m² 이하 보금자리주택에 적용하려면 관련 법령 개정 등과 같은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또 채권입찰제가 적용되면 사실상 시세와 별 차이가 없어져 싼값에 고급서민주택을 공급하고 주변 시세를 끌어내리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는 내부 반론도 나오고 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