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대기업? 産銀사모펀드?

  • 입력 2009년 6월 29일 02시 59분


■ 대우건설 누가 인수할까

2000년 말 대우그룹에서 분리된 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쳐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리는 험한 길을 걸어온 대우건설이 또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다.

금호가 추진하는 공개매각은 LG, 포스코, 롯데, 효성 등 대기업들이 대우건설 인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방안이다. 하지만 LG는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이 없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포스코, 롯데, 효성 등은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플랜트, 원자력발전 등 대형 공공공사 수주가 가능해진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금융계에선 대우건설이 재무건전성이 낮은 금호그룹에 소속돼 있다는 점 때문에 주가가 저평가돼 있지만 계열 분리 방침이 확정되고 인수전이 벌어지면 주가가 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을 원하는 대기업이 많지 않고 시한마저 촉박해 금호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PEF)에 대우건설을 팔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외국계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건설업에 진출하기를 원하는 대기업도 중간 규모의 건설회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호가 산은 PEF에 넘기기로 한 시한인 7월 말 이전에 공개 매각에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EF의 대우건설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시가에 경영권 프리미엄 명목으로 30% 정도를 붙인 수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종가(1만2850원)를 기준으로 하면 인수 가격이 주당 1만6700원 정도 된다. 금호그룹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과 재무적 투자자가 보유한 지분 72%를 모두 팔 경우 3조5000억 원 안팎을 받을 수 있다. 계열분리 후 주가가 크게 뛰면 매각가격 역시 올라갈 수 있다.

PEF에 50%+1주만 넘기고 금호생명 등 다른 자산을 매각하는 대금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한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매각이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따라 금호의 손실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며 “금호 측이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정리한 셈이지만 이것만으로 유동성이 개선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1973년 설립된 대우건설은 국내는 물론 중동, 아프리카 등 해외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각종 대형 공사를 수행해 온 대표 건설사다. 최근 10여 년간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도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종합시공능력평가액 1위에 오르는 등 저력을 발휘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