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금리 다시 상승 경기회복 발목 잡나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유가 72달러-美국채 3.95%… 달러화 약세땐 또 혼란

최근 글로벌 경제의 최대 관심사는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이다.

유가와 금리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체온계 역할을 해 왔다. 지난해 말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고, 안전자산으로서 가치가 커진 미국 국채는 한때 마이너스 금리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두 지표가 경기회복 기대감과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을 타고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가와 금리의 상승은 글로벌 경기회복을 예고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졌지만 지나친 상승세는 오히려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1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최근 빠른 속도로 반등(채권 값은 하락)해 10일(현지 시간) 3.95%까지 치솟았다. 이는 작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채금리의 상승은 지난해 말 이후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던 달러화 및 미국 국채의 인기가 시들해졌음을 뜻한다.

미국 채권에서 발을 뺀 글로벌 자금은 그 대신 신흥국 증시나 원자재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2.68달러에 마감해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침체 탈출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지만 동시에 세계 경제의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낳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연결돼 소비 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고, 국채금리 상승도 시중 모기지 금리의 상승을 불러와 미국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금리 상승이 경기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며 실제 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요즘 미국 증시도 경기지표 개선 등 여러 가지 호재성 재료가 있지만 유가 및 금리 부담으로 상승 여력은 상대적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미국 달러화다. 만약 미국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경우에도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주요국 정부가 합의하는 선에서 완만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희망 섞인 관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 등 신흥 부국들이 미국 국채를 팔겠다고 잇달아 선언하면서 채권 값이 앞으로도 급락세(시장금리 급상승)를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유가도 조만간 세 자릿수로 상승할 것이란 경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유가와 금리의 상승이 실물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좋은 소식이지만, 문제는 경기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상승해 회복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라며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합쳐진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 치명적인 충격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시중금리는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향후 과잉유동성 및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경우 기준금리가 높아지면서 부채가 많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의 높은 원유 의존도를 감안할 때 유가 상승으로 하반기 중 경상수지가 소폭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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