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싸고 쓰기 편리… 폴더폰의 부활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2006년 이후 328종 분석… 올 32종중 15종이 폴더형

최강 슬라이드폰 급속 추락 “앞으로는 터치형이 대세”

‘폴더형’이 한국 휴대전화 시장의 맹주로 재림(再臨)했다. 수년간 시장을 장악했던 ‘슬라이드형’이 몰락한 대신 ‘터치형’이 새로운 강자로 도약하고 있다.

○ 사라지던 폴더의 재기

동아일보 산업부가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한국 시장에 나온 휴대전화 328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까지 60% 안팎이던 슬라이드형의 비중은 올해 22%로 추락했다. 반면 폴더형이 올 들어 나온 32종의 제품 중 가장 많은 15종(47%)이었고 터치형이 10종(31%)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유형별 비중은 △슬라이드 58% △폴더 26% △터치 14% 등이었다.

폴더형은 1996년 미국 모토로라 ‘스타택’이 히트를 치면서 주류로 자리 잡았던 모델. 폴더형의 등장은 당시까지 ‘유이(有二)’했던 바(Bar)형과 플립(Flip)형을 단숨에 구시대적 제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2000년대 중반 슬라이드형의 출현과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폴더형 휴대전화는 올해 극적인 재기에 성공했다.

전자업계에서는 폴더형 제품이 다시 인기를 얻게 된 배경으로 기본기능 사용이 편리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중장년층의 경우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등 핵심기능을 쓰기 편리하고 화면과 키패드가 큰 제품들을 주로 찾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폴더형 제품은 보통 20만∼30만 원대여서 이동통신사 보조금을 받으면 초기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쉽게 살 수 있다. 이른바 ‘불황형’ 제품인 셈. 시판된 지 2년간 꾸준히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서 175만 대가 팔린 LG전자 ‘와인폰’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에는 같은 회사의 ‘롤리팝폰’ 등 10, 20대를 겨냥한 폴더형 제품도 나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세계시장은 터치 열풍

반면 고(高)기능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터치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3세대(3G) 이동통신 가입자가 2000만 명에 이르면서 10, 20대를 중심으로 영상통화나 모바일인터넷, 차별화된 사용자환경(UI) 등에 대한 요구가 부쩍 늘어났다. 이들은 액정표시장치(LCD) 화면 크기가 보통 2인치 중반인 슬라이드형보다 3인치대인 터치형을 선호한다는 게 업계 측의 설명이다. 2007년 국내에서 본격 등장한 풀터치스크린형은 1년간 155만 대나 팔린 삼성전자 ‘햅틱시리즈’(3종) 등 연이은 대박행진을 벌이고 있다.

터치형의 인기는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은 터치 열풍에 빠져들었다. LG전자 ‘쿠키폰’은 시판 6개월 만에 세계적으로 300만 대가 팔렸고 ‘아레나폰’은 선주문 100만 대 돌파라는 진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터치위즈폰’을 유럽에서 1년간 600만대 이상 팔았다.

마창민 LG전자 상무는 “휴대전화 형태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따라 시대별로 변해 왔다”며 “지금은 폴더폰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는 터치형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수년간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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