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크레인 42대 게임하듯 원격조종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국내 첫 자동하역시스템20일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부산신항 터미널에서 안벽 크레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개를 동시에 하역하고 있다. 이 부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자동하역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사진 제공 한진해운
국내 첫 자동하역시스템
20일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부산신항 터미널에서 안벽 크레인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개를 동시에 하역하고 있다. 이 부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자동하역시스템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였다. 사진 제공 한진해운
■ 어제 개장한 부산 신항 한진해운터미널을 가다

컨테이너 자동으로 분산배치

인건비 연간 60억원 절감효과

20일 오후 개장한 부산 강서구 한진해운 신항 터미널. 야드(야적장)엔 기계 소리만 요란할 뿐 아무도 없었다. 접안된 53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한진 오슬로호’ 옆에서 80m 높이의 거대한 안벽 크레인이 배에 실린 컨테이너 4개를 동시에 들어 올려 하역하고 있었다. 그 옆 45m가량 떨어진 곳에는 국내 첫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개발된 노란색 야드 크레인 42대가 1.1km에 걸쳐 늘어서 장관을 이뤘다.

항만 터미널 작업은 크게 △안벽 크레인으로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 하역 △야드 트랙터로 컨테이너를 야드까지 운반 △야드 크레인이 운송된 컨테이너를 들어서 빈 공간에 분산 배치하는 3단계로 이뤄진다. 이번에 개장한 부산신항 터미널은 이 중 세 번째 단계를 무인 자동화했다. 정보기술(IT)과 물류의 결합으로 항만 터미널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부산신항 터미널 현장을 가봤다.

야드 옆 본관 3층 통제실에 들어서자 무선조종시스템(RCS) 요원으로 불리는 젊은 여성 21명이 마치 게임을 즐기듯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로 보면서 야드 크레인에 컨테이너를 물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단 컨테이너가 물리면 크레인이 자동으로 이를 들어 올려 알아서 야드 내 특정한 곳에 내려놨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내려놓을 야드 위치는 본관에 설치된 메인 컴퓨터가 선박의 입출항 정보와 화물 종류 등을 고려해 계산한다. 컨테이너가 야드에 한꺼번에 밀려들어도 화물 반·출입을 최단시간 내에 진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각 야드 크레인에 운전사들이 탑승해 전 과정을 직접 조종해야 하는 일반 항만과 크게 다른 모습이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무인 크레인을 통해 100명의 현장 인력을 줄여 연간 60억 원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한다.

부산신항의 IT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안벽 크레인으로 하역한 컨테이너를 트랙터가 야드로 옮기는 과정에는 전자태그(RFID) 기술이 쓰였다. 야드 트랙터 운전사가 컨테이너를 적재하면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에 컴퓨터가 지시하는 위치 정보가 뜬다. 이어 트랙터가 해당 위치로 접근하면 야드 크레인에 장착된 RFID가 트랙터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총면적 68만7590m²에 이르는 한진해운 신항 터미널이 향후 3년 이내에 처리 가능한 물동량은 연간 200만 TEU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규모의 일반 항만보다 30%가량 효율이 높다. 이는 바로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이다.

부산=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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