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경제탐정]기후변화로 설탕공급 차질… 가격 꿈틀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환율영향 수입가 뛰어”국내업계 값인상 요구

국제유가와 동조 경향, 투기자금 유입 징후도

설탕은 1960, 7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엿기름으로 단맛을 내던 시절 곱디고운 흰 설탕은 고가(高價)선물로도 쓰였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참살이 라이프스타일이 뜨면서 한국인의 밥상 위에서 설탕은 점차 줄어들었다.

언뜻 설탕의 위상이 쇠락한 것 같다. 과연 그럴까. 경제탐정이 나섰다.

○ 국내에서 설탕의 위상은 바닥권

설탕은 1975년 통계청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가중치 순위 29위(0.59%)에서 2005년 372위(0.03%)로 밀렸다. 통신 분야는 1975년 0.72%에서 2005년 6.02%로, 입시 학원비는 1975년 0.29%에서 2005년 3.14%로 급증한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의 월평균 설탕 지출액은 699원으로 전체 가계 지출액 중 0.03%에 불과했다. 또 한국인의 연간 1인당 설탕 소비량은 22.8kg으로 미국(30.2kg) 등에 비해 낮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부터 설탕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설탕 가격 인상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설탕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탕은 과거 어렵던 시대의 추억 때문에 물가 인상 요인이 적어도 가격 인상 저항이 크다”면서 “한국은 일본과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설탕 품질을 자랑하지만 국내에선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적다”고 푸념했다.

설탕 제조회사는 설탕 원료인 원당의 100%를 수입에 의존한다. 설령 국제 원당 가격이 떨어져도 원-달러 환율이 높으면 원화 표시 수입원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설탕회사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 곡물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설탕

7일 뉴욕상품거래소(NYBOT)에서 원당의 국제 가격은 1파운드(약 0.45kg) 당 15.49센트로 전 고점(2008년 3월 3일)인 15.02센트를 넘어섰다. 금융 전문가들은 다른 곡물들의 가격이 올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과 달리 원당 가격은 ‘나 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사실 설탕을 비롯해 밀가루, 대두, 옥수수 등 국제 곡물은 2007년부터 가격이 폭등했다. 소득이 늘어난 신흥 개도국들에서 육류를 많이 먹으면서 사료인 곡물 가격이 오른 탓이다. 그런데 설탕 원료인 원당 값이 뛰는 이유는 좀 더 복잡하다. 설탕뿐 아니라 휘발유의 대체에너지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는 원당은 대체에너지원이다. 그래서 기름값이 오르면 원당 수요도 동시에 급증한다.

최근 급변하는 기후 요건도 원당 값을 뛰게 하고 있다. 또 세계 2위 설탕 생산국인 인도가 올해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 설탕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처지가 바뀐 것도 원당 값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브라질과 미국 등 주요 설탕 생산국들도 기후 변화로 재고 물량이 들쑥날쑥해져 ‘곡물 안보’에 혈안이다. 최근엔 각국이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시장에 투기자금이 유입되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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