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사는 코리아, 보호무역 저지 가장 큰 수확”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WTO가 보호무역 사례 감시

작년 원론적 선언보다 진전

‘두루뭉술’ 부양책은 아쉬워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경제회복을 위한 조치 등을 골자로 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합의 내용은 수출 감소와 고질적인 금융 불안에 시달리던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배격과 금융규제 강화 등 그동안 한국이 주장해 온 주요 의제가 상당 부분 합의문에 반영된 것은 큰 수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각국의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이 제시되지 않았고, 회원국들이 합의 사항을 실제로 얼마나 이행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지적도 많다.

○ 보호무역 저지는 한국의 가장 큰 수확

참가국 정상들은 향후 2년간 무역금융 재원을 2500억 달러 확충하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새로운 무역장벽을 조사토록 하는 등 보호주의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원론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액션플랜(action plan)’을 도출해 낸 것은 합의의 구속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합의 내용은 강제성이 없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런 장치들이 각국에서 보호주의 정책을 내놓지 못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1차 G20 회의 때도 각국은 보호주의를 배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그 후에도 보호주의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면서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G20 정상들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의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금융시장이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투자심리 개선으로 글로벌 경제가 안정을 찾으면 자연히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뜻이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개별적인 사안에서도 성과가 있지만 세계 경제 안정에서 오는 간접 효과가 한국 경제에 더 큰 플러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부양책 미비는 아쉬움

헤지펀드와 조세피난처, 신용평가회사 등 금융부문의 규제 강화도 한국엔 악재가 아니라는 분석이 많았다.

최원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한국의 금융산업은 경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개방이 이뤄지는 바람에 피해가 컸다”며 “그러나 이번 규제 강화로 시장의 안정도 얻고 실력을 키울 기회도 가졌다”고 말했다. 민상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 강화는 한국에서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이동을 줄여 시장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며 “다만 국제적인 자금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 외국 돈을 빌려서 국내 산업을 일으키는 것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회사의 고위험 투자가 억제되면서 신흥시장인 한국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재원 규모가 늘어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기존 금융안정화포럼(FSF)을 확대 개편해 출범하는 금융안정이사회(FSB) 등 국제금융기구에서 한국의 역할이 얼마나 커질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KDI 이한규 연구위원은 “IMF는 출자 지분이 클수록 발언권이 세지는데 앞으로 한국의 기여가 늘어나면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 등의 반대로 국가별 경기부양 목표가 합의문에서 빠진 것은 달갑지 않은 결과다. 이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한국으로선 다른 국가들이 재정지출 확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을 경우 경기부양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5조 달러의 경기부양 규모는 기존 계획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며 “각국이 합의사항을 얼마나 이행할지 불투명해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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