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세환급 양보땐 이익 급감… 결코 포기못해”

  • 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한국 “관세환급 양보땐 이익 급감… 결코 포기못해”

■ 마지막 남은 쟁점은

23개월간 계속돼 온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종착점을 눈앞에 둔 단계에서 암초를 만났다. 순조로워 보이던 협상의 발목을 잡은 것은 관세 환급 문제. 이 문제는 어느 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이어서 한-EU FTA의 운명은 양측 최고 결정권자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 원산지 기준은 대부분 절충

협상 초기부터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혀 온 관세 환급 문제는 가공수출의 비중이 큰 한국으로선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항목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관세 환급은 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도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포기하면 한-EU FTA에서 한국이 취할 이익이 크지 않다”면서 “처음부터 양보할 수 없다고 못을 박고 협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FTA는 체결국에 특혜관세를 적용하는 것인데 관세 환급을 허용하면 한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제3국이 한-EU FTA의 혜택을 보게 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EU 측의 논리다.



관세 환급과 함께 협상의 ‘뜨거운 감자’였던 원산지 기준을 둘러싼 이견은 이번 통상장관회담을 통해 거의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기준이란 상대국에서 생산된 제품의 비율이 어느 정도 돼야 상대국 제품으로 봐줄 것인지 평가하는 기준. 한국은 주요 수출품목인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수입부품의 비율을 최대 50%(부가가치 기준)까지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역내 부품을 많이 사용해 생산하는 EU 측은 유럽 자동차 업계의 주장 등을 고려해 이 비율을 낮추자고 맞섰다. 이와 관련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2일 통상장관회담을 마친 뒤 “원산지 기준 문제는 대부분 정리됐고 절충됐다. 내용은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 나머지 쟁점도 대부분 합의

관세 철폐 시기 등 양측의 시장 개방 조건은 이미 대부분 합의를 이뤘다. 공산품의 경우 EU는 FTA 발효 후 3년 안에 관세의 99%(품목 기준), 한국은 96%를 철폐하기로 했으며 발효 후 5년 내에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모든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특히 한국이 관심을 기울인 것은 대(對)EU 수출의 18.5%(2008년 52억 달러)를 차지하는 자동차다. 양측은 1500cc 초과 중·대형차는 3년에 걸쳐, 1500cc 이하 소형차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한미 FTA에 비해 관세 철폐 유예기간이 다소 길지만 EU는 현재 미국(2.5%)의 4배나 되는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관세 인하 폭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한국은 유엔 유럽경제위원회(ECE)의 자동차 기술표준을 대부분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EU는 한국의 규제에 맞는 별도 옵션을 달지 않은 벤츠, BMW 등 유럽산 자동차를 한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민감 품목인 돼지고기(관세 25%)의 경우 냉동 삼겹살과 냉장육은 10년, 냉동육은 5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된다.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다.

EU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 분야에선 EU 측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 서비스 분야는 한미 FTA(일명 KORUS FTA)의 수준을 뜻하는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기본으로 하되 방송용 국제위성전용회선서비스는 2년, 생활하수처리서비스는 5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코러스 플러스(KORUS Plus)’ 원칙을 적용했다. 법률서비스 부문에서는 EU가 주장한 대로 외국법자문사에 대해 유럽에서 ‘변호사’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명칭(home title)을 외국자문사라는 표현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U 측에서 끈질기게 요구한 원산지 표기방식인 ‘made in EU’는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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