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무선+방송… ‘멀티 통합’ 시대 막올라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결합상품 늘고 원스톱 가입… 요금인하 기대

통신-케이블TV 경쟁업체 대형화 잇따를듯

KT와 KTF의 합병은 본격적인 방송통신 시장의 ‘멀티 통합’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멀티 통합이란 ‘유선통신+무선통신’, ‘방송+통신’ 등 지금까지 나눠져 있던 다양한 분야의 통합을 의미한다.

사업자 측면에서는 KT의 경쟁 진영인 통신과 케이블TV 방송 업계에서 연쇄적인 ‘몸집 불리기’와 ‘이합집산’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도 통신과 방송,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을 섞은 다양한 결합상품을 ‘원스톱’으로 가입하는 시대를 맞게 된다.

○ 칸막이가 사라진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을 나눈 전통적인 시장의 칸막이는 무너지는 추세다.

KT의 합병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미 인터넷TV(IPTV) 가입자를 72만 가구로 늘려놓았다. 1600만 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한 케이블방송사업자(SO)와는 아직 격차가 크지만 KT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KT가 KTF와의 합병에 따라 와이브로와 3세대(3G) 이동통신을 활용한 모바일IPTV 서비스를 시작하면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공하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TU미디어의 위성DMB 서비스와도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된다.

SK브로드밴드와 LG데이콤도 각각 77만 가구와 10만 가구의 IPTV 가입자를 확보하며 통신방송 융합 시장에 뛰어들었다.

SK와 LG는 각각 SK네트웍스, SK텔링크, LG파워콤 등 계열사에 분산된 통신망과 사업영역을 통합해 몸집 부풀리기 경쟁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과 통신, 유선과 무선이 뒤섞이는 시장 경쟁 구도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사실상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반면 방송시장에만 머물던 SO도 수년 전부터 통신시장에 깊숙이 발을 들이고 있다.

전국 SO들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279만 가구로 시장점유율이 19%에 이른다. SO들이 연합해 만든 인터넷전화 사업자인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의 가입자도 33만2000가구로 늘어났다.

특히 SO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부과한 합병 인가 조건으로 KT의 설비를 손쉽게 활용하면 통신사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국에 통신망을 확보하지 못한 SO들은 KT의 전신주와 지하 관로 등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방송통신 업계는 시장의 칸막이가 무너지면 경쟁이 활성화돼 효율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유선전화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 결합상품 시대 활짝

이석채 KT 사장은 “독자적인 이사회를 운영하는 KTF와 이해관계를 조율해 결합상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해 왔다.

즉 KT와 KTF가 한몸이 되면 두 회사의 상품으로 다양한 결합상품을 만들기가 쉬워진다는 뜻이다.

2개의 상품을 묶은 더블 플레이 서비스(DPS)와 3개를 묶는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는 물론 4개를 묶은 쿼드러플 플레이 서비스(QPS)의 종류가 늘어나 다층적인 요금 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합상품은 KT, SK, LG가 각각 2007년 하반기(7∼12월)부터 내놓은 이래 지금까지 460만4000가구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작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기존의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IPTV에 이어 와이브로, 위성방송 등을 묶은 서비스를 잔뜩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KT가 결합상품을 늘리면 SK, LG, SO 등 경쟁 진영도 제휴와 합병을 통해 대응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방통위는 다음 달부터 요금인가를 받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결합상품의 할인율을 현행 30%에서 40%로 높여 이와 같은 결합상품 요금 할인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KT가 합병 발표 직후 만든 내부자료에 따르면 합병 이후 결합상품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구당 방송 및 통신 요금을 연간 16만 원 낮출 수 있다고 한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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