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쓰러졌다가 재기한 이아성 씨

  • 입력 2009년 3월 17일 20시 37분


대학 체육학과 입시학원을 운영하던 이아성 씨(39)는 2007년 5월 갑자기 쓰러졌다. 학부모 상담 중에 팔이 뒤틀리고 다리가 풀리더니 의식을 잃었다. 뇌졸중이었다. 이 씨는 40여 일만에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신히 깨어났다.

1년간 재활 끝에 간신히 몸을 추스렸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코치와 수강생이 떠나 텅빈 학원과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가 그를 기다렸다.

경기도 꽁꽁 얼어붙기 시작했다.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격투기 세계 챔피언 출신 학원장으로 한달에 4000만 원 이상을 벌던 그였지만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지난해 5월 그는 12년간 운영했던 학원의 폐업신고를 냈다.

"자식처럼 아끼던 실기테스트 장비도 고물이나 다름없는 값에 넘겼어요. 피눈물이 났죠. 이후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건설 일용직 등 안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1992년 전경으로 군 복무 중 시위진압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태권도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을 때도 이렇게 허망하진 않았다. 그는 당시 부상을 근거로 국가를 상대로 법정 공방을 벌여 2002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 씨는 17년 전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어섰다. 경기 광명시 광명4동의 체대 입시학원 '베스트 아카데미'를 올해 초 다시 열었다. 지인들의 도움으로 세를 얻고 하나희망재단에서 2000만 원의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크레디트)을 받아 고가의 실기 테스트 장비도 장만했다. 건물주는 그의 재기를 돕기 위해 월세를 전세로 돌려줬다.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탈출! 가계부채'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는 동아일보와 하나은행은 재기에 나선 이 씨를 돕기 위해 나섰다. 12일 윤승병 하나은행 소호영업부 차장, 이현구 하나희망재단 경영자문위원, 한상만 서울특별시 영등포소상공인지원센터장이 이 씨의 학원을 찾았다.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자영업자 사업성 진단모델을 개발해 이 씨 학원의 사업성을 분석했다. A4용지 3장의 분량의 분석 보고서가 나왔다. 입지는 중위권 정도의 상권이지만 3.3㎡당 매출액이 아직 유사업종 평균을 밑돈다는 결과가 나왔다.

윤 차장은 "학원생이 없는 시간에 체육관을 활용해 매출액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과다한 투자는 사업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신규 투자는 되도록 줄여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한 센터장은 "전봇대에 광고전단을 100장 붙이면 문의 전화가 3건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학부모나 수강생의 입소문이 마케팅에는 더 효과적"이라며 홍보 전략을 조언했다.

은행짐정장 출신의 이 위원은 "이 원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의가 없는 시간에 장애아동의 재활치료 자원봉사를 하고 청소년 선도위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매출과는 당장 관련이 없지만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노력은 장기적으로는 큰 보상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학원장인 이 원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실기 외에도 모의고사 등을 통한 학습지도와 철저한 생활 지도를 다른 학원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고 했다.

"하늘의 뜻이 닿아 다시 일어섰어요. 멋지게 재기해 신세진 분들에게 진 빚을 갚고 저보다 어려운 분들도 도울 겁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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