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30년 관세율 올려 무역분쟁 촉발

  • 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 대공황과 보호무역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1930년대 대공황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929년 미국 공화당의 리드 스무트 상원의원과 윌리스 홀리 하원의원은 수입 관세율을 크게 올리는 내용이 담긴 ‘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을 마련했다. 경기가 급속히 가라앉자 수입을 줄여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1930년 이 법안에 서명했고 곧바로 3200개 품목의 관세율이 4배로 뛰었다. 수입이 먼저 줄었지만 미국의 수출도 1929년 54억 달러에서 1933년 21억 달러로 61%나 감소했다. 공장이 멈춰서면서 실업률은 1930년 7.8%, 1931년 16.3%, 1932년 24.9%, 1933년 25.1%로 치솟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력 국가들도 자국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높였다. 결과는 세계 경기침체 심화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대공황 때처럼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된다면 이번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1929년 미국의 무역의존도는 10%가 채 안 됐지만 2008년에는 22%다. 한국 경제는 76%, 중국은 64%, 일본은 31%를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각국 경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의 피해는 대공황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경제위기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각국 정부는 ‘일단 우리부터 살고보자’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한 나라에서 촉발된 보호무역은 순식간에 전 세계 경제를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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