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자통법, 창구 혼란 예고

  • 입력 2009년 1월 28일 03시 01분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의 시행일(2월 4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가 부족해 시행 초기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

증권사에는 벌써부터 자통법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상당수의 관련 규정이 확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특히 자통법의 핵심인 투자자 보호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각 금융회사에서 일선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어떤 절차에 따라 금융상품을 판매해야 할지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재 증권업협회가 마련하고 있는 표준투자권유준칙은 설 연휴 직전 판매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가 열렸을 뿐 최종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투자자 성향을 다섯 단계로 분류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절차를 담은 것. 준칙이 확정되지 않으면 자통법이 시행돼도 어떤 투자자에게 어떤 상품을 권유할 수 있는지 판매사들조차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법 시행 전에 최종안이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시행착오가 생기면 이를 준칙에 반영하는 식으로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통법은 또 증권 부동산 파생상품 등 펀드 유형별로 관련 분야 자격시험을 통과한 판매 인력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정작 첫 번째 자격시험은 자통법 시행 이후인 2월 22일로 잡혔다.

금융당국이 임시방편으로 기존 자격증을 가지고도 당분간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올해 5월부터 자격증이 없으면 당장 해당 펀드를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 담당자들은 애가 탄다.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정도 답보상태다. 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불완전 판매위험이 부각된 장외파생상품에 위험등급제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고위험(옵션매도, 레버리지 상품), 중위험(선물환), 저위험(스와프거래, 옵션매수) 등으로 구분한다는 원칙만 정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어떤 투자자에게 어떤 위험군의 상품을 팔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금융회사가 많다.

이 밖에 투자자를 전문투자자와 일반투자자로 구분해 가입상품 범위와 절차를 달리하는 규정안도 금융위원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법 시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도 세부 규정이 확정되지 못한 것은 당국과 업계가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국회가 관련 법규를 늑장 처리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통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제출됐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이달 13일로 자통법 시행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주 중에 속도를 내 일부 규정을 확정짓는다는 방침인데, 이 또한 시행일에 맞춰 허겁지겁 일을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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