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中누리꾼 ‘상하이차 두둔’ 이중잣대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중국의 유명 검색사이트 신랑(新浪)은 최근 상하이(上海)자동차가 대주주(51.3%)인 쌍용자동차의 경영위기와 관련해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11일 오후 3시까지 응답한 5395명의 누리꾼 가운데 87.6%인 4726명이 “상하이차에 중국 정부가 구제자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유는 도산 가능성(81.7%)이 높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절반이 넘는 64.6%는 “한국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용차 직원이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에 경영위기의 책임도 한국 정부가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요즘 중국에서는 중국인 직원이 대부분인 중국 내 외자(外資)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부도를 내고 해외로 도주한 경영주는 국제소송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중국인들은 이처럼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과 중국에 들어와 있는 외자기업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있는 외자기업의 경영책임은 해당 기업이 전적으로 져야 하지만 외국에 나간 중국기업의 경영위기는 해당 국가가 해결해 줘야 한다는 이중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쌍용차 위기의 원인도 ‘쌍용차 경영진이 상하이차와 제대로 협력하지 않았기 때문’(47.0%)이나 ‘강성 노조’(43.2%)를 주로 꼽았다. ‘상하이차가 기술 빼먹기에만 골몰하고 쌍용차 발전에 무심했다’는 답변은 13.4%에 불과했다.

경영을 잘못해 부도를 낸 외자기업을 중국 정부가 나서서 살리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이중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외자 유치와 해외 진출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중국의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하종대 베이징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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