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강혜승]조합원들 “지금이 네탓 공방 할땐가”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8분


9일 오후 경기 평택시의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마주친 작업복 차림의 40대 근로자는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그는 “20년을 넘게 이 회사를 다녔는데 이제 끝난 것 같다. 생계가 막막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쌍용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소식은 회사 직원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를 성토하면서도 대안 없는 투쟁 일변도의 노조를 원망했다. 쌍용차 노조 게시판에는 11일 현재 “상하이차 떠나라 해서 떠났고, 경영진 물러나라 해서 최고 경영진이 사임했으니, 이제 노조 집행부는 어쩔 것이냐”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 집행부는 여전히 일반 조합원의 정서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요구할 때 “단 한 사람의 감원도 용납할 수 없다”던 노조는 이번 사태가 벌어진 후에도 “강력한 투쟁을 하겠다”며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상하이차에 쌍용차를 매각했던 정부에 근본책임이 있다”며 이번엔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투쟁은 나중에 하고 당장 살길부터 찾자”고 요구한다.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회생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고, 노사가 양보를 한다면 상호 극적인 대타협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에서다.

이번 쌍용차 사태는 근본적으로 쌍용차 자체의 경쟁력 부족과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차의 투자소홀 등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노조가 앞장서서 생산성을 높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상하이차의 투자의욕을 높였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노조 집행부는 지금이라도 “노사가 화합해서 회사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국내 자동차회사 노사도 쌍용차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강혜승 산업부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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