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상위 60개중 10개가 중국산… 20개 제품 원산지 불분명

  • 입력 2008년 9월 27일 03시 01분


매장측 “원산지 숨기려 뭉뚱그려 표시… 대부분 중국산 추정”

‘상표는 국산-원료는 중국산’ 많아… “원산지 표시 강화해야”

■ 대형마트 판매 제품 원료 원산지 분석

“중국산 원료가 안 들어간 게 없으니 무엇인들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겠어요?”

26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이정미(34) 씨는 토마토 주스 병 뒷면을 보더니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았다. 원료인 토마토가 중국산으로 표기돼 있었기 때문.

이 씨는 “기생충 알 김치 파동이 엊그제인 것 같은데 이젠 멜라민이냐”고 말했다.

커피크림에서까지 멜라민이 검출되자 중국산 식품에 대한 공포가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완제품으로 수입된 식품뿐 아니라 원료의 일부가 중국산이라도 먹지 않겠다는 시민이 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시중에 중국산 식품이 얼마나 유통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분야별로 가장 매출이 많은 상위 10개 품목씩 총 60품목을 선정해 원료의 원산지를 확인했다.

▽중국산이 점령한 식탁=취재팀은 △라면, 즉석카레, 즉석용 밥 등 식사 대용식 인스턴트류 △커피믹스류(커피+크림) △통조림류 △콜라, 옥수수차, 사이다 등 음료류 △빙과류 △비스킷, 스낵 등 과자류 등 시민들이 자주 찾는 60개 제품의 원재료를 분석했다.

10개가 중국산 원료를 사용했으며 원산지가 ‘수입산’으로만 돼 있거나 성분명에 원산지가 표시되지 않아 국적이 불투명한 제품은 20개였다.

매장 관계자는 “수입산이라고 표시된 제품 중 상당수가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대부분 중국산을 수입산으로 뭉뚱그려 표시한다는 것.

이 점을 감안하면 전체의 50%에 가까운 제품이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늬만 국산’인 경우도 눈에 많이 띄었다. 국내 대형 식품업체의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주재료가 중국산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커피는 원산지 표시 없어=아이들이 자주 먹는 과자류의 경우 10개 제품 중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은 2개였다. 오리온 후레쉬베리는 딸기씨앗을, 농심 새우깡은 건새우분말을 중국산으로 썼다.

라면, 즉석 음식 등 인스턴트 식품류의 경우 10개 중 3개 품목에 중국산이 들어갔다. ‘3분 짜장’은 양파, ‘3분 카레’는 양파, 당근, 카레페이스트가 중국산이었다. ‘CJ칠리새우’의 경우도 주재료인 새우가 중국산이었다.

통조림류의 경우 10개 중 1개가 중국산이었다. 동원 복숭아 통조림에서 황도는 중국산이었다. 통조림 햄인 ‘동원 리챔’과 ‘CJ 스팸’은 각각 주재료인 돼지고기가 ‘국산과 수입산’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음료류는 10개 중 1개가 중국산이었다. ‘광동 옥수수수염차’의 경우 주원료인 볶은 옥수수 추출액과 옥수수수염 추출액 모두 중국산이었다. 콜라 사이다 등의 음료수 중 4개 성분은 국산인지 수입산인지 표시가 없었다.

빙과류 10개 중 중국산은 3개였으며 수입산으로만 적혀 국적이 불분명한 제품도 3개였다.

커피믹스류는 10종류 모두 성분 표시만 있을 뿐 원산지 표시는 아예 없었다.

▽원산지 표시 강화해야=채소와 어류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중국산 식품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들 식품은 굵직굵직한 식품 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5년 10월 중국산 김치에서는 기생충 알이 발견됐고 같은 해 7월 중국산 장어에서는 발암 의심 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중국산 찐쌀에서 이산화황이, 2000년 중국산 냉동 꽃게에서는 납덩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산 식품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수입량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중국산 식품 수입량(식품첨가물, 기구, 용기 포함)은 2006년 7만6985건(236만 t)에서 지난해에는 8만6273건(314만3000t)으로 늘었으며, 올해에도 8월 말 현재까지 5만2914건(158만3000t)이나 됐다.

수입량이 늘면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도 2006년 381건에서 지난해 588건으로 크게 늘었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중국산 제품 수입이 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현행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는 원료나 반제품을 수입할 경우 3년 동안 매년 평균 3회 이상 수입 국가를 바꾸면 국가명 대신 ‘수입산’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어느 나라에서 들어온 원료인지 소비자는 알 길이 없는 것.

많은 업체가 중국산이란 사실을 감추기 위해 수입산으로 표기하지만 정부는 이 제도를 고치지 않고 있다.

원료를 수입할 때 철저한 품질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는 식품 원료의 함량이 50% 미만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으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할 의무가 없다. 원산지 표시 의무는 상위 1, 2위 원료에만 해당한다. 이번 멜라민 파동을 일으킨 수입 과자들도 분유의 함량이 10% 정도밖에 되지 않아 함량 순위가 4, 5위 정도라서 중국산이란 사실을 표기하지 않은 것.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원산지 표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이훈구 기자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정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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