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영’ 나비의 꿈, 적도의 꽃에 앉다

  • 입력 2008년 9월 10일 03시 07분


■ 印尼 두마이 SK에너지 윤활기유 공장을 가다

《8일 오후(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말라카 해협을 끼고 있는 두마이 시(市). 수도인 자카르타로부터 1시간 40분 정도 날아온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두마이 풍경은 크고 작은 파이프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는 ‘플랜트 전시장’ 같았다. 다양한 플랜트 사이로 ‘파트라 SK’가 적힌 공장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에너지와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가 65 대 35의 지분 합작 투자로 세운 윤활기유(油) 공장이었다. 윤활기유는 엔진오일 등 윤활유의 핵심 원료로 고유가 시대에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병용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장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늪지였던 곳이 지금은 최첨단 공장으로 탈바꿈했다”며 “국내 정유업계 최초의 동남아시아 생산기지이면서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윤활기유 시장 50% 점유 ‘부동의 1위’

두마이의 다른 플랜트 현장과 마찬가지로 SK에너지의 윤활기유 공장에서도 근로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거의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중앙 사무실에서 통제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거대한 파이프들이 중앙에 있는 탑을 중심으로 수평과 수직을 이루며 휘감고 있는 모습과 곳곳에 있는 비축 탱크들이 이곳이 인도네시아의 7대 석유·가스 생산기지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었다.

SK에너지의 윤활기유 플랜트는 대로를 옆에 끼고 석유메이저들이 운영하는 플랜트들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윤활기유는 고품질 등급인 ‘3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하루 생산량은 7500배럴 규모.

그동안 울산공장에서 하루 2만1000배럴의 윤활기유를 생산해 온 SK에너지는 두마이 공장 가동에 따라 세계 고급 윤활기유 시장의 점유율을 50%로 높여 1위를 굳건히 지키게 됐다.

세계 윤활기유 시장은 연간 440억 달러 규모. 이 가운데 고급 윤활기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25% 이상 급성장하고 있어 유망한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 ‘따로 또 같이’ SK경영 방침 실천 사례

SK에너지의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은 건설단계부터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초 예상했던 공사기간을 2개월 단축한 데다 무재해를 달성했기 때문.

비교적 생산성이 낮은 현지 노동력과 무더운 날씨, 전력 공급 사정이 나쁜 현지 상황 등을 감안하면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게 플랜트업계의 평가다. 합작 파트너인 페르타미나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 큰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를 밑바탕으로 SK에너지와 페르타미나는 윤활유 제품인 ‘지펙스(ZIPEX)’를 파키스탄에 수출해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자원 부국인 인도네시아의 국영석유회사와의 관계가 긴밀해져 석유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하고 선박유 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는 계기가 됐다”며 “회사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방침을 실천한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는 SK그룹의 각 계열사는 독립 경영(따로)을 하는 게 원칙이지만,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문에서는 적극 협력(같이)해야 한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글로벌경영 방침이다.

실제로 이번 두마이 윤활기유 공장 건설사업에는 SK에너지와 SK건설이 공동으로 참여해 성공을 거둔 덕분에 지난해 SK그룹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마이·자카르타=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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