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은 바닥 안보이는데…해외 부동산은 바닥쳤다?

  • 입력 2008년 6월 9일 03시 01분


‘돈 보따리’ 앞다퉈 출국

국내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영향으로 선진국의 부동산 시장이 바닥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난해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를 300만 달러로 확대한 데 이어 이번 달부터 제한을 아예 폐지하기로 해 해외 부동산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늘어나는 해외 투자

기획재정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4월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 부동산 취득액은 6400만 달러(183건)로 전달의 4900만 달러(151건)에 비해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투자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액수는 5400만 달러(154건)에 달해 주거 목적 취득액인 1000만 달러(29건)의 5배가 넘었다.

국민연금기금이 올해 해외 부동산에 지난해의 두 배인 8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인도의 주택 개발사업에 5000만 달러(약 525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직간접 투자도 느는 추세다.

미국 등의 현지 부동산 중개업체들도 발 빠르게 국내 투자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미국부동산 중개업체인 ‘인베스트USA’는 19,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센트럴시티에서 미국 부동산을 소개하는 ‘모나폴리 쇼’를 개최한다. 이 밖에 ERA, 콜드웰뱅커 등의 해외 부동산중개업체 네트워크 등도 최근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 바닥에 접근 중인 선진국 부동산 시장

해외부동산 투자가 느는 것은 국내 부동산 시장의 규제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006년에 20% 이상 올랐던 국내 아파트 값은 올해 들어 제자리걸음이다.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 부담이 커서 사실상 투자목적으로 주택과 토지 등의 부동산을 매수하기도 힘들다.

반면 국내에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해외주택을 보유하다 매매하면 1가구 다주택 중과세율을 적용받지 않고 취득세도 내지 않는다. 영어 교육에 대한 열풍으로 호주 등 일부 영어권 국가에 미리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도 꾸준하다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국내에서 해외 투자가 자유로워지는 데다 선진국 부동산 가격이 사실상 바닥이라 일반인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 동남아 사기분양에 주의해야

해외 부동산이 국내보다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지만 국가마다 부동산 관련 법률과 업계 관행,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철저한 현지점검과 중복 확인이 필요하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상당수 매물이 저평가돼 투자 적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각 주마다 다른 보유세와 관리비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콜드웰뱅커코리아 박세준 팀장은 “미국 뉴욕 맨해튼은 보유세가 1년에 총금액의 3%, 관리비가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로 대출 이자를 포함한 유지비용이 임대 수익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한 해 이민자가 17만여 명에 이르는 등 주거 수요는 계속 늘어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8%에 이르는 고금리가 걸림돌이다.

특히 비용 대비 높은 투자 수익률, 국제학교 입학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를 모으는 동남아 부동산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투자자들이 현지 사정에 어두운 점을 이용해 허위, 과장 광고는 물론 심지어 가짜 토지계약서까지 제시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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