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마음의 기술입니다…10억원대 보험매출 달인의 비법

  • 입력 2008년 5월 30일 18시 38분


비즈니스는 끝없는 설득의 과정이다. 설득의 노하우가 부족해 고생하는 영업맨이나 프리젠테이션 기회만 오면 화장실로 숨고 싶은 직장인이 많다.

이런 사람은 얼굴도 보지 않고 낯선 이에게 '말'에만 의지해 10억 원대의 보험 매출을 올린 '설득의 여왕'에게서 노하우를 배워보는 것이 어떨까.

주인공은 교보AXA자동차보험 이지영(36) 씨와 현대하이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 황은경(30) 씨. 이들은 지난해 1년간 납입보험료 기준으로 각각 10억, 18억 원의 실적을 올려 최근 다이렉트자동차보험 업계 1, 2위인 각 회사의 보험왕으로 뽑혔다.

이들 '설득의 여왕'은 "설득이전에 상대방과 친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대방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로 무장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득의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득이전에 공감부터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는 설득하는 사람이 상대방으로부터 친근한 인상을 받고 있을 때 '참조(reference) 권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유명 연예인을 따라하듯 친한 사람의 말을 따르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이씨와 황씨는 이런 이론은 몰라도 몸으로 그 본질을 체득하고 있다.

황은경씨도 대화 사이사이 고객을 끊임없이 칭찬해 친밀도를 높인다. "목소리가 너무 좋으세요"라고 하거나, 고객이 상품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으면 일단 "보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셨네요"라고 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킨다.

'동일시'(identification)의 방법도 쓴다.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느끼면 좀더 설득하기 쉬워지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정말 속상했어요" "제 친구는 그럴 때 이렇게 해결했어요"라고 맞장구를 친다는 것.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를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요구를 쉽게 들어주게 된다.

이지영 씨는 전화 상담 틈틈이 다른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 씨는 컴퓨터에 130여 개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목록을 저장해 놓고 상황과 시기에 따라 활용한다.

보험 만기를 앞둔 고객 A씨에게는 "다음달 29일 자동차보험 만기입니다. 교보에서 든든하게 지켜드릴게요"라는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한참 설득 중인 고객 B씨에게 "5월에 행사도 많고 바쁘시죠~행복만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고, 여러 차례 통화했지만 결국 설득에 실패한 C씨에게는 "교보 가족으로 모실 줄 알았는데 아쉽습니다. 안전운행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씨는 이처럼 보통 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7~15번 가량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한다.

●어려운 요구는 마지막에

화술만 가지고는 안된다. 구체적인 정보가 뒷받침돼야 실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정보 우위'를 가질 때 설득이 가장 힘을 얻기 때문이다.

황 씨는 최근 그는 완고한 성격의 남성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 황 씨가 해당 고객의 차량 옵션 등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면서 안전장치 옵션에 따른 할인율을 말해주자 이 남성은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은걸 보니 당신의 말은 믿어도 되겠다"면서 보험에 가입했다.

이들은 또 어려운 요구는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우선 가격이 낮은 조건의 상품을 제시해 고객의 가입 의사를 확인받은 다음 "5000원만 더 내시면 2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방법이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로 불리는 이 기법은 사람들이 작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좀더 어려운 부탁을 안 들어주면 죄책감을 느끼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의 기술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근성'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요"(이지영 씨) "휴가도 잘 안가요. 효율성도 좋지만 결국 누가 상담을 많이 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거든요."(황은경 씨)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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