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카드’ 먹을게 없네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직장인 노지혜(27·여) 씨는 지난달 초 친구들과 한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V카드’로 결제하면서 할인 혜택을 기대했지만 할인은 없었다.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지난달 카드 이용실적이 30만 원 이상인 고객에게만 할인해준다”고 했다. 집에 와 카드 가입 서류를 읽어보니 구석에 작은 글씨로 종업원이 말한 조건이 적혀 있었다. 노 씨는 “발급할 때 은행 지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다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파격적인 부가서비스를 내세우는 신용카드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이용자들에게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비스 내용에 혹해 가입했지만 실제로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혜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 전달 사용액 제한 등 조건 많아

카드를 발급하는 은행 지점 직원이나 카드 모집인은 ‘혜택’을 강조하느라 부가서비스를 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장인 손모(27) 씨는 지난달 말 신한은행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최대 600원, 한 달에 3만 원까지 할인해준다는 ‘KTF 신한 A1 카드’를 발급받았다. 창구 직원은 “KTF 고객이고 카드만 발급받으면 교통요금을 깎아준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야 휴대전화 요금제를 ‘SHOW 교통할인 요금제’로 변경해야 교통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요금제는 기본요금이 1만3000원으로 표준 요금제보다 비싸고 각종 할인 혜택도 없다.

월 3만 원의 혜택을 받으려면 통신요금이 매달 1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손 씨는 “전화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해당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았고 신용카드도 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내놓는 카드는 대부분 ‘전달 사용금액’에 따라 부가서비스가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내세우는 혜택이 커질수록 매달 사용해야 하는 액수도 늘어난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대출금리를 최대 0.3%포인트 깎아주는 ‘KBFn세이브카드’를 내놓았다. 하지만 광고하는 대로 대출금리를 0.3%포인트 할인받으려면 직전 3개월 동안 사용액이 300만 원 이상이거나 직전 1년 동안 사용액이 90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나마 ‘KB스타모기지론Ⅲ’ 등 일부 인기 대출상품은 제외된다.

○ 부가서비스마다 연회비 부과도

현실과 동떨어진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부가서비스를 명목으로 추가 연회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네 자녀를 둔 회사원 배모(40) 씨는 지난해 우리은행과 서울시가 제휴해 발급하는 ‘다둥이 행복카드’를 발급받았지만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배 씨는 “직접 영화관 매표소에 줄을 서서 표를 사야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아이들과 줄을 섰다가 표가 없어 돌아와야 한다면 누가 이용하겠느냐”며 “분유 할인도 특정 제품에 한정돼 있어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원 고현진(30) 씨는 지난달 말 영화관 할인, 항공 마일리지 적립, 주유소 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는 ‘KB스타카드-연화’를 발급받으려 국민은행 지점을 찾았다. 하지만 창구에서 주유 할인 5000원, 영화관 할인 5000원, 항공 마일리지 1만 원 등 별도 연회비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렸다.

카드사가 제공하는 주유 할인 혜택도 설명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월 사용액 제한 등은 체리 피커(혜택만 누리고 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는 고객)를 회피하고 우수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며 “일선 지점 등에서는 카드 회원을 늘리기 위해 혜택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가입하기 전 부가서비스 혜택에 따른 조건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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