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세 활명수의 고민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동화약품, 2000년 의약분업 후에도 일반의약품 의존 실패

90년대 빅3서 매출 10위권 밖으로 밀려… “신약개발 주력”

동화약품의 효자 의약품인 활명수의 ‘나이’는 111세다.

한국 최초의 제약사 동화약품은 1897년 설립 첫해부터 활명수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활명수가 올린 매출액은 400억 원으로 동화약품 전체 매출액의 약 22%를 차지한다.

이 회사 의약품 중 매출액이 가장 많다. 하지만 최근 동화약품은 “활명수를 뛰어넘자”고 외치고 있다. 왜 그럴까.

○ 의약분업이 바꿔놓은 제약시장

동화약품은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제약업계 ‘빅 3’ 중 하나였다.

특히 가스활명수, 후시딘, 판콜에스 등 소비자에게 익숙한 히트 약품이 많았다. 이는 곧 동화약품이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바로 판매하는 ‘일반 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한 제약사임을 보여준다.

1990년대 동화약품의 일반 의약품과 전문 의약품(의사 처방전을 통해 사는 의약품) 비중은 7 대 3이었다. 당시 관련업계 평균은 5 대 5.

하지만 2000년 시행된 의약분업은 의약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꿔 놨다. 전문 의료인인 의사가 환자를 진단해 약을 처방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만들면서 전문 의약품 소비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제약사들은 의사의 처방전 목록에 자사(自社) 의약품을 포함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동화약품 경영진은 다른 회사와는 다르게 ‘경쟁력을 갖춘 일반 의약품으로 승부를 거는’ 전략을 고수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실패로 판명 났다. 제약업계 전반적으로 일반 의약품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고, 일반 의약품 특성상 광고비 부담은 계속 증가한 때문이다.

지난해 동화약품은 매출액 기준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 신약 개발을 통한 글로벌 제약사 목표

최근 동화약품은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활명수 인기를 뛰어넘는 전문 의약품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다. 지난해 7월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제 ‘DW-1350’을 국내 제약 업계 최대 규모인 5억1100만 달러(약 5156억 원)를 받고 P&G의 자회사인 P&G파마수티컬스에 기술수출을 했다. 이 약품이 실제 출시되면 추가 로열티 수입도 기대된다. 동화약품은 또 충북 충주에 연면적 5만396m²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우수의약품 품질관리기준(cGMP)에 맞춘 이 공장은 향후 수출용 제약 생산의 중심지로 활용된다.

한양증권은 최근 ‘글로벌 신약 상용화로 도약 가능한 제약사’라는 보고서에서 “동화약품을 포함한 5개 제약사가 글로벌 신약 개발력이 있어 향후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화약품이 다시 국내 대표 제약사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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