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신중 또 신중

  • 입력 2008년 3월 21일 02시 58분


‘왜 국내에 투자 않나’ 비판여론 의식 발표는 연기

삼성전자가 장고(長考)를 거듭하던 ‘베트남 박닌 성 휴대전화 공장 신설 투자’ 방안을 최근 내부적으로 확정짓고 금명간 공식발표하기로 결정한 것은 ‘신흥시장 공략을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본보 일부 지역 20일자 A2면 참조
삼성전자 “베트남에 휴대전화 공장 설립”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와 ‘왜 국내에 투자하지 않느냐’는 일부 비판적 여론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결정은 일단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당초 이르면 20일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동아일보가 이날 아침 관련 내용을 단독보도하자 발표 시점을 다소 늦추기로 하는 등 끝까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신흥시장에 공급할 중저가(中低價) 휴대전화 생산을 위한 베트남 공장의 설립 필요성을 꾸준히 밝혔으나 특검 수사 등의 영향으로 구체적 투자 결정은 계속 미뤄왔다.

또 혹시라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조돼온 ‘국내 산업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노력’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양새로 비칠까봐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경영진은 “지난해 미국의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선 기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시장점유율 20%와 2억 대 생산 돌파’의 발판으로 베트남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삼성전자의 주요 생산공장별 휴대전화 생산계획 (단위: 대)
생산 국가2007년2008년
중국톈진·선전6400만7400만
후이저우1800만3600만
베트남 (3000만+α)
한국(경북 구미시)8000만8000만
※삼성전자 자료 및 관계자 발언 종합.
※베트남 공장은 2009년부터 본격 생산 가능.

삼성 70주년 행사 안하기로

삼성그룹이 22일로 창업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우울한 분위기 속에 어떤 기념행사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특별검사 수사로 창사(創社)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을 둘러싼 논란과는 별도로 삼성의 지난 70년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삼성은 1938년 대구 중구 인교동에서 건어물과 국수를 파는 자본금 3만 원의 ‘삼성상회’로 출발했다.

가게 수준으로 시작했지만 그동안 섬유, 제당, 중공업, 전자, 조선,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을 꾸준히 키워 왔다.

창업 30주년이던 1968년 연간 220억 원에 그쳤던 매출은 2006년 말 현재 152조 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28억 원에서 63조 원으로, 고용 인력은 7000명에서 25만 명으로 각각 증가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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