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는 M&A말고 파는 M&A도 기업 활성화의 길”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HR컨설팅社 헤이그룹 이사 다비드 드레인

“한국 기업들은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자신이 매수자(buy side)가 되는 거래에만 관심을 집중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인수당하는(sell side) 상황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였던 르노삼성이나 테스코홈플러스를 보십시오. 인수가 된 뒤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인사조직(HR) 컨설팅회사인 헤이그룹 유럽지역 M&A 총괄 책임자인 다비드 드레인 이사가 한국 기업들에 던진 충고다.

그는 12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인터뷰를 갖고, 일단 한국 기업이 어떤 식으로든 다양한 M&A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슷한 규모의 업체가 몰려 있는 한국 제약업계는 피(被)인수 M&A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구 제약회사도 이 분야를 매력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텔레콤,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M&A 프로젝트를 지휘한 드레인 이사는 HR 분야 외에도 M&A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실무 경험을 갖고 있다.

드레인 이사는 최소한 한국이 국가 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의 M&A 거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10∼11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M&A 순위는 34위에 불과합니다. 해외 기업이 한국을 인수하는 M&A도 22위이고, 한국 기업 간 M&A 순위는 이보다 더 낮을 겁니다.”

동종업계에서만 M&A를 해야 한다는 선입견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반드시 다른 조선업체와 짝짓기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철강이나 원유와 같은 원자재 생산업체와 M&A를 할 경우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업체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드레인 이사는 한국의 M&A가 활발하지 못한 이유로 리더의 자리 보전 욕구를 꼽았다. 이는 굳이 한국 내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 CEO의 50%가 M&A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CEO들이 합병 후 자신의 자리에 연연하기 때문입니다. CEO가 자리 보전에 연연할수록 M&A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는 한국 기업 리더들의 또 다른 문제는 M&A 때 정보를 지극히 일부만 공개하려 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CEO들이 M&A 정보를 숨기면 숨길수록 조직 내 불안감과 정보 왜곡 현상이 커진다는 것. M&A 과정에서도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매우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M&A 후 종종 발생하는 주가 하락, 사내 분열 등을 어떻게 방지하느냐는 문제도 결국 리더가 해결해야 합니다. 많은 리더들은 재무구조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같은 유형 자산의 통합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M&A를 위해서는 무형 자산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기업문화 통합,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 합병 후 고용승계 문제와 이에 대한 기준 설정 등 무형 자산에 대한 효율적 리더십을 갖추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무형 자산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M&A는 기업 간 거래가 아닙니다. 결혼입니다. 성공적인 결혼이 돈과 같은 외형적 조건으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이것이 바로 무형 자산의 통합이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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