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품개발 진두지휘 부광약품 이성구 사장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시장 개방 초읽기 상황

약 베끼기론 승산 없어”

“국내 제약업계는 이제 ‘나도요’ 사업을 그만해야 합니다.”

부광약품 이성구(54)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 제약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개발’ 전문가다.

이 사장의 주도로 10여 년에 걸친 노력 끝에 지난해 B형 간염치료제를 개발했고 사실상 부광 계열사인 ‘안트로젠’도 치료용 지방줄기세포 상용화에 성공했다.

12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부광약품 본사 집무실에서 만난 이 사장은 국내 제약업계가 시장 개방의 파고를 넘기 위해선 더욱 많은 연구개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제약업계 연구개발 절실”

국내 제약업계 상황에 대해 묻자 이 사장은 대뜸 “국내 제약업계는 이제 ‘나도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도요’는 제약업체들이 다른 업체가 애써 개발한 제품을 베껴서 판매하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2004년 사장 취임 때까지 그는 대부분의 직장 생활을 ‘개발 파트’에서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연구개발에 대한 의지는 남다르다. 이 사장은 “부광약품은 제약업체가 평생 한 개 하기도 어려운 신약을 두 개나 개발했다”며 “국내 제약업체도 이제 남의 것 베끼기 하지 말고 연구개발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연구를 시작해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B형 간염치료제는 1년 동안 120억 원어치가 팔렸다. 통상 제약업체가 내놓은 신제품이 1년에 100억 원어치 정도 팔리면 ‘대박’으로 불린다. 지방줄기세포를 이용한 흉터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받아 곧 시판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신약 두 개를 개발하느라 하도 고생을 해서 심장을 다 버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소리 내지 않는 알찬 기업 만들겠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부광약품은 현재 5위권으로 시가총액은 1조 원에 육박한다. 결코 작지 않지만 그동안 그다지 주목받는 기업은 아니었다. 이는 다분히 ‘소리 내지 말고 내실을 다지자’는 김동연 회장과 이 사장의 경영 철학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제약업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다가올 후폭풍에 긴장하고 있지만 부광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표정이다. 그만큼 기술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시장이 개방되면 미국 약이 한국 시장을 잠식할 것이 뻔하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미 무인생산시스템을 통해 생산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투자를 해 왔다”고 말했다.

부광은 기존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안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본사 옆으로 옮기기 위해 현재 3000㎡ 규모의 연구소 건물을 짓고 있다.

이 사장은 직원들에게 엄한 편이다. 하지만 성과가 나면 어김없이 푸짐한 선물로 격려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매출 1600여억 원을 올린 부광은 직원들에게 특별상여금 300%를 지급했다. 직원들도 대우를 잘 받아야 자부심을 갖고 성과를 더 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올해는 2000억 원 매출에 400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게 목표다. 매출 규모보다는 순이익을 많이 내는 ‘알찬’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는 글로벌화(세계화)와 리노베이션(혁신)이 화두(話頭)”라며 “5년 내 업계 3위 진입이 목표지만 외형뿐 아니라 내실을 갖춘 알찬 기업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리베이트’ 수수 관행에 대해 “나라마다 고유의 시장 환경이 있기 마련”이라며 “다른 상행위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통념으로 허용되는 범위는 인정하고 업계도 과도한 부분은 자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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