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등 주택시장 ‘오지’ 뚫는 한일건설 장종수 사장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7분


《장종수(55·사진) 한일건설 사장은 2005년 취임 이후 요동치는 주택 시장을 몸소 체험했다. 취임 직후 부동산 경기 과열로 건설사들은 호황을 맞는 듯했지만 정부의 각종 규제가 발표되면서 시장이 차갑게 식었기 때문이다.

요동쳤던 시장 상황은 한일건설의 사업 포토폴리오의 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장 사장 취임 직후 한일건설의 국내 주택사업 비중은 전체의 60%가 넘었다. 하지만 현재는 해외사업이 60%를 차지한다.》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요즘 국내 중견 건설업체들의 사정이 좋지 않지만 한일건설은 해외의 틈새시장을 찾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미개척 시장 찾아 어디든 가겠다”

실제 한일건설의 해외진출 역사는 좀 유별나다.

1990년대 말 국내 업체들이 관심이 없던 방글라데시 사이다바드 정수장 사업을 시작으로 네팔(트리부번 국제공항 화물청사), 러시아 사할린(퍼시픽호텔 프로젝트) 등으로 진출했다.

최근에는 캄보디아의 최고층 건물인 ‘골드타워42’의 공사를 수주했을 뿐 아니라 필리핀 수비크에서 고급 아파트도 분양했다. 아프리카 국가로의 진출도 계획 중이다.

그는 “국내 주택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한일건설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비슷한 규모의 중견 건설사들처럼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로 우르르 몰려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일건설이 ‘인기’ 지역이 아닌 국가로 진출한 것은 국내 업체나 해외 대형 건설사들과의 경쟁을 피하고 해외의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다.

장 사장은 “한일건설은 돈이 넘치는 곳에서 한몫 챙겨 나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시장성이 있다면 어떤 나라든지 가서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며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 고급 주택 수요도 대비

한일건설은 해외 사업뿐 아니라 국내의 고급주택 시장도 대비 중이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고급 주택을 건설하기 쉽지 않지만 질 높은 주택을 찾는 수요는 점차 늘어난다고 장 사장은 생각한다.

한일건설은 이런 판단 아래 지난해 10월 ‘베라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존의 아파트 브랜드인 ‘유엔아이’만으로는 고급주택 시장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상위 몇 개 업체를 제외하고는 수도권의 좋은 입지에서 아파트를 짓기 힘들다”며 “한일건설은 새로운 브랜드를 가지고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일건설은 올해 베라체 브랜드로 대전 서구 관저동과 경북 경주시 용강동에서 아파트 4333채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수주영업 조직을 강화하고 홍보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도 새롭게 개편했다.

장 사장은 “최근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값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커져 경영환경이 좋지 않지만 고급 타운하우스와 아파트형 공장 건설 등 한일건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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