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글로벌 시장 상륙작전’

  • 입력 2008년 2월 28일 02시 55분


‘전통적 내수업종’ 고정관념 깨고 해외로… 해외로…

《‘해외 시장은 난공불락’이란 가구업계의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에넥스 박진호 사장은 이달 초 “중국 및 중동지역에 공격적으로 진출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글로벌 경영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샘도 내수(內需)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만큼 올해 해외 부문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가구업계는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분류됐다. 가구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해외로 수출하기엔 물류비가 많이 들고, 현지에 영업망을 구축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변화가 가구업계를 ‘글로벌 경영’으로 이끌었을까.》

○ 해외 건설업 호황의 ‘간접 효과’

최근 해외 건설 수주가 늘어나면서 가구의 해외 수출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지으면서 한국 가구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에넥스는 지난해 동일하이빌이 카자흐스탄에 건설한 아파트 1차분 581채에 에넥스의 부엌가구를 납품했다. 지난해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캐나다 벤쿠버 440채, 캄보디아 프놈펜 168채 등 모두 1240채의 해외 아파트에 부엌가구를 공급했다.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건설될 2차분 아파트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신규 건설될 아파트의 부엌가구를 수주한다는 목표다.

한국 건설업체와 함께 해외로 진출하면 건설업체의 물류망을 이용할 수 있어 가구업계의 물류비는 줄어든다. 따로 해외 영업망을 둘 필요도 없어진다.

○ 현지 진출을 통한 ‘정공법’

한샘은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엔 생산 공장까지 갖췄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 주 플레인필드에 공장을 세웠고, 보스턴과 맨해튼엔 직영점을 열었다. 직영점에서 미국 현지인이나 딜러들이 주문을 하면 플레인필드 공장에서 바로 가구를 배송한다. 한국에서 수출할 때와 비교해 물류비를 대폭 줄일 수 있고, 현지인의 기호에 맞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국 법인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2004년 140억 원에서 지난해 224억 원으로 뛰었다.

보루네오는 해외에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한 좋은 예다.

이 회사는 현재 20여 개 국가의 25개 딜러와 계약을 맺고 있다. 198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여러 해외 영업망을 구축했다.

지난해 보루네오의 매출액은 1910억 원. 이 가운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2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0.5%다. 보루네오는 1992년 법정관리를 거치며 사세가 기울었지만, 기존의 해외 영업망을 활용해 지난해 가장 많은 해외 수출을 한 가구업체로 성장했다.

에넥스도 최근 미국 하와이 현지에서 직영점을 열어 현지 공략에 나섰다. 에넥스는 현재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괌 사이판에도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 특화 품목으로 수출 길 뚫다

지난해 3월 사무용 가구업체 퍼시스에서 분리된 독립회사 ‘시디즈’는 의자 전문 회사다. 최근 ‘두바이 2008 오피스 전시회’에 참여했고, 지난해 북미 최대 사무가구 전시회인 미국 시카고의 ‘네오콘’에도 참가했다. 신생 가구업체가 해외 가구 전시회에 연이어 참가하는 것은 흔치 않다.

소중희 시디즈 마케팅팀장은 “시디즈는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소형 포장을 하고 있다”며 “의자는 한국에서 직접 해외로 수출해도 물류비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 거의 유일한 가구”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디즈가 해외 수출로 올린 매출액은 약 10억 원. 올해는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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