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가격+시간 ‘경쟁력 3박자’로 중동 사로잡는다

  • 입력 2008년 2월 21일 19시 17분


16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암레야’ 산업단지 내 GS건설의 선형알킬벤젠(합성세제의 원료) 플랜트 공사 현장. 휴일인데도 현지 인부들이 출근해 높이 56m짜리 ‘칼럼’(탑처럼 생긴 플랜트 시설)에 대형 크레인을 대고 마무리 작업에 땀을 쏟고 있었다.

공사비가 3억5000만 달러(약 3315억 원)인 이 플랜트의 현재 공정은 93%. 연인옥 현장소장은 “공사 진척이 빨라 당초 계약된 완공 시점인 5월보다 3주가량 공기(工期)를 단축할 계획”이라며 “평소 이집트 인부들의 고충을 최대한 배려한 결과 일이 몰릴 때 초과 근무를 요청하면 인부들이 흔쾌히 받아들여 공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2의 해외건설 중흥기를 맞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들이 최근 해외 플랜트 수주 시장에서 기술과 가격경쟁력에다 ‘조기 완공’이라는 시간경쟁력을 무기로 입지를 더욱 넓히고 있다.

○ 특유의 근면성과 현지 문화 배려

1970년대와 달리 요즘 해외건설 현장의 인부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그런데도 한국 건설업체가 시간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우선 현지 파견된 한국 엔지니어와 관리자들이 워낙 근면하기 때문이다. 현지 인부들에게 초과 근무를 시키려면 시공사 중간 관리자도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 반면 선진국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기피한다.

GS건설이 2006년 3월 카타르에서 지은 선형알킬벤젠 플랜트 건설 공사(공사비 2억4000만 달러)에서도 GS건설의 현장소장과 엔지니어들이 주말과 평일 밤에도 현지 인부들과 함께 일을 한 끝에 1개월 앞당겨 완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기획팀장은 “공사는 현장 리더가 어떻게 지휘를 하느냐에 따라 품질이나 공기가 큰 차이가 난다”며 “한국의 중간 관리자들은 솔선수범을 통해 공사를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적응 능력과 근로자 관리능력도 핵심 경쟁력이다.

GS건설 알렉산드리아 플랜트 건설 현장의 경우 복막염에 걸린 이집트 인부를 위해 현장에 파견된 한국 직원들이 병원비를 모금해 찬사를 받았다. 중동 현지 인부들이 땅 위에서 기도하기에 편하도록 양탄자를 사 줄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했다.

SK건설은 2006년 3월 루마니아의 정유공장 시설교체공사(4600만 달러)를 마무리하면서 예정된 공기보다 2개월을 앞당겼다. 루마니아의 겨울 날씨가 공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워지자 SK건설은 현장에 비닐하우스까지 설치해 발주처를 감동시켰다.

GS건설의 오만 플랜트 건설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김익현 기술명장은 “공사가 조기에 완공되면 발주처로서는 제품 출하가 빨라져 시장을 선점할 수 있고 투자수익도 빨리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중동 특수, 5년은 간다”

한국 대형 건설업체들은 이 같은 경쟁력을 무기로 일단 공사 물량이 넘치는 중동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GS건설 플랜트해외영업본부장인 허선행 전무는 “중동 플랜트 시장은 최소 5년간은 전망이 밝다”며 “160억 달러 규모인 쿠웨이트 플랜트와 100억 달러 정도인 사우디아라비아 플랜트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카타르에서 2006년 7억7000만 달러짜리 천연가스 플랜트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9억2000만 달러 규모의 비료공장 설비 공사를 따내는 성과를 냈다.

김 명장은 “선진국 업체는 겨우 공기를 맞추는 형국이지만 한국 업체는 공기 준수는 물론 조기 완공도 자주 하기 때문에 경쟁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다.

알렉산드리아·두바이=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