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 판매 보수 OECD 평균 年 0.63%…한국은 1.55%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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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창구에서 물어보니 그런 펀드는 없다는 거예요. 분명히 그 은행이 판매회사가 맞는데 창구 직원이 몰랐던 거죠. 자기가 판매하는 상품도 모르는데 무슨 상담을 받겠어요.”

회사원 김모(32·서울 송파구 문정동) 씨는 최근 스스로 펀드 정보를 알아본 뒤 인터넷으로 가입했다.

그가 가입한 펀드는 인터넷 전용 상품이 아니어서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가입하는 것과 ‘판매 보수(報酬)’가 같다. 그런데도 굳이 판매사 직원의 상담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이런 ‘황당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 한번 펀드 가입하면 가입 기간 내내 징수

증시 호황과 함께 펀드 투자가 대중화되면서 펀드 판매 보수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매 보수는 은행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가 가입 기간 중 떼 가는 비용이다.

2일 한국증권연구원에 따르면 9월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펀드 보수는 연 2.31%(가중 평균 적용)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18개국 평균치인 1.87%보다 훨씬 높다. 펀드 보수란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보수와 운용 보수, 기타 비용 등을 합한 것이다.

한국의 펀드 보수가 많은 것은 판매 보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판매 보수의 주요국 평균이 0.63%인 데 비해 한국은 2배가 넘는 1.55%나 된다.

외국 판매사들은 판매할 때 한 차례 받는 ‘수수료’의 비중이 큰 반면 한국은 가입 기간 중 계속 징수하는 판매 보수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1000만 원을 펀드에 가입해 1년 뒤 원금과 수익을 합쳐 1100만 원이 됐다면 이 중 17만 원 정도가 판매사 몫인 셈이다.

○ 경쟁체제 도입으로 서비스 수준 높여야

논란의 핵심은 판매사가 이 정도의 돈을 받을 만큼 실효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는 것이다. 김 씨처럼 기본적인 상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불만이다.

이와 관련해 영남대 원승연(경제학) 교수는 “높은 판매 보수와 펀드의 운용 성과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를 자산운용협회 회보에 기고하기도 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재칠 박사는 “한국에서는 펀드 판매 실적이 주로 ‘유통망’에 좌우되기 때문에 운용사는 높은 판매 보수를 주고라도 판매를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회성인 판매 수수료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판매 보수는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대 신인석(경제학) 교수는 “1시간 상담을 하건 5분 상담을 하건 수입(보수) 차이가 없는 구조에서 판매사 간의 서비스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판매사가 가만히 앉아 돈을 버는 판매 보수를 낮추고, 거래마다 수수료를 부과하는 체계를 도입해 판매사끼리의 가격 및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펀드를 팔 때마다 수수료를 받으면 판매사가 수익 증대를 위해 펀드 해지와 재가입을 반복 권고해 장기 투자를 저해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투자자가 가입할 때 신중히 선택하고 ‘갈아타기’도 줄어들어 오히려 장기 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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