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No2]<25>KT…백색 전화에서 IPTV로

  • 입력 2007년 10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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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종로 ‘KT의 광화문 사옥’에는 다른 건물과 달리 1층과 2층 사이 M1층이 있다.

M1층의 두꺼운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상상하지 못한 지하 세상이 열린다.

‘구리 길’이라는 의미에서 ‘동도(銅道)’로 불리는 이곳은 서울 시내 지하에 그물처럼 깔려 있는 통신망의 출발점이다.

지하로 내려가면 작은 버스가 지나갈 정도의 지하 터널에 어린애 팔뚝만 한 전화선, 인터넷 케이블이 겹겹이 정열돼 있다.

하나당 7200가닥의 전화선과 144가닥의 광케이블을 각각 묶은 케이블 다발은 전국의 가정과 회사의 전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국가 신경망의 중추 역할을 한다.

100년 동안 쌓아 온 국내 통신의 역사는 곧 KT의 역사다.

1896년 10월 덕수궁에 처음 전화가 설치돼 궁내부가 각 아문(衙門) 및 인천 감리(監理)와 연락한 것이 전화 역사의 시작. 이후 1902년 3월에는 한성∼인천 간 전화가 개설되면서 일반인들도 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후 80여 년간 정부가 깔아 온 전국의 전화망은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 1조9524억 원에 인수됐다.

그 네트워크의 힘은 막강했다.

총연장 760만8551km에 달하는 광케이블을 비롯해 전국에 깔린 시내전화망, 위성통신, 해상통신 등 100년에 걸쳐 쌓아 온 네트워크는 KT 경쟁력의 근간이다.

경쟁 업체들은 “KT는 늘 높은 산”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넘어서기 힘든 상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화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 네트워크가 제값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2000년을 전후해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당시 KT는 가구당 월 3만 원가량을 받고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제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수익원을 찾지 못했다.

‘빨랫줄 장사’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KT 안에서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다.

전국에 인터넷망을 깔아 PC에 연결해 주는 사업자는 KT인데, 정작 부가가치는 NHN 같은 인터넷 업체가 대부분 창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활한 네트워크의 사업가치가 거의 ‘빨랫줄’ 수준으로 전락한 것에 대한 자책인 셈이다.

실제 KT의 시가총액 11조9910억 원(26일 종가 기준)은 인터넷 포털 업체인 NHN보다 1조7700억 원이나 적다. 이것이 전국 네트워크라는 핵심 자산을 가진 KT의 냉혹한 현실이다.

“영어 이름을 가진 ‘데이타통신’은 외국 회사예요. 한국인은 한국 기업인 한국통신 서비스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요.”

1991년 제2 통신기업인 ‘한국데이타통신(현 LG데이콤)’이 탄생했을 때 당시 한국통신(현 KT) 직원들은 이렇게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KT는 체신부에서 시작돼 1981년 공기업, 2002년 민영기업으로 변신을 거듭했다. 하지만 민영화 이후에도 공공기관의 성격은 강했다. 오랜 기간 국가 통신망을 책임지며 굳어진,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공익(公益) 달성이라는 역할의 무게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 모든 국민이 집 전화 등 통신서비스를 평등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보편적 서비스’ 의무를 지고 있다는 생각에, 적자를 보면서도 지방의 집 전화와 공중전화 서비스를 지금껏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KT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47.9%에 이른 상황에서,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 본연의 임무를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웠다.

KT는 공기업 문화가 ‘민간기업 KT’의 변신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보고, 민영화 이후 3년 동안 기업 문화 자체를 바꾸는 작업에 전력투구한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들고, 고객 중심의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이사회 개혁을 실시했고, ‘원더풀 라이프 파트너’라는 새로운 비전을 세워 생활 밀착형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수년에 걸친 노력은 회사가 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고, 기업 가치도 재평가받는 등 결실을 보고 있다.

1990년대 민영화 결정 이후 시장 상황은 KT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당시 데이콤, 하나로텔레콤의 등장으로 시내 및 시외 전화, 국제전화 시장의 독점이 무너졌고, 휴대전화의 대중화로 통신 시장이 무선 중심으로 변모하는 진통을 겪었다.

시내 및 시외 전화와 공중전화 매출은 2001년 2조6812억 원에서 지난해 1조7115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초고속인터넷 사업도 수년 전부터 포화 상태다.

KT는 최근 디지털융합연구원과 함께 만든 ‘디지털 생태계 미래전략’ 연구보고서에서 “네트워크를 가진 KT가 비즈니스 생태계 환경에서 종(種) 전체의 성장을 추구하는 핵심 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미래 전략을 수립했다.

사업의 중심을 기존 전화, 초고속인터넷에서 네트워크에 기반한 콘텐츠, 비즈니스 솔루션으로 바꾸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KT는 싸이더스FNH, 올리브나인 등 콘텐츠 업체를 인수하고 인터넷(IP)TV 사업에 뛰어들었다. 디지털엔터테인먼트 등 분야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기업 정보화, 홈 네트워크 등 신(新) 성장분야에 도전장을 내고, 전화회사가 아닌 정보기술(IT) 파트너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개척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연해주의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하는 등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비전을 구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Q&A / 입사 때 인성검사 한다던데

KT 직급별 연봉표
직급 연봉(원)
임원급1억∼
부장급(2급)6700만∼
과장급(3급)5600만∼
대리급(4급)4100만∼
사원(5급)3200만∼
기본급과 상여금 포함한 세전 연봉, 3급 이상은 연봉제 기준. 연차, 인사고과 등에 따라 급수간 연봉 역전 가능.

Q.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

A. 매년 하반기(7∼12월) 공채를 통해 100∼130여 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한다. 공채 전형은 지역과 관계없이 뽑는 일반전형과 근무지를 특정해서 뽑는 지역전형, 전문자격증 소지자·국가규모 공모전 입상자·제2외국어 우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해외 우수인력들은 별도의 공채를 통해 선발하며, 경력사원은 수시 채용하고 있다.

Q. 지역전형이란.

A. 본사가 아닌 지역본부 전문가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지역전형 지원자는 해당 지역에 대한 연고와 지식이 있어야 한다.

Q. 선발 절차는….

A. 서류전형, 인성검사,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신체검사 순으로 진행된다.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가 가장 중요하다. 학점, 영어성적, 인턴경력도 본다. 인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치러지는데 사교성과 대인관계 등 사회성 정도를 측정한다. 여기서 지원자의 3분의 1가량이 탈락한다. 실무진 면접에서는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해 개별면접 및 토론면접이 진행된다.

Q. 영어실력, 유관 자격증 소지 여부는 채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A. 지역전형의 경우 토익 500점 이상, 일반전형의 경우 700점 이상이어야 지원 가능하다. 국내외 정보기술(IT) 관련 수상 실적 및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채용의 결정적 기준은 아니다.

Q. 인턴경력이 공채합격에 미치는 영향은….

A. 신입사원 공채 시 인턴 경력을 고려하긴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턴 출신 공채 합격자는 연간 5명 내외로, 매년 여름(외국 대학 재학생 대상)과 겨울방학(국내 대학 재학생 대상)에 100여 명의 인턴을 뽑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많은 수는 아니다.

Q. 입사 평균 경쟁률은 어느 정도인가.

A. 160 대 1 정도다.

Q. 입사 후 근무 분야는 어떻게 정해지나.

A. 사무직이든 기술직이든 입사 첫해에는 영업지사에서 근무해야 한다. 1년이 지나면 기술직은 전화·인터넷 등 네트워크 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고, 일반전형 입사자는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서, 지역전형 입사자는 해당 지역 안에서 근무하게 된다. 근무부서는 본인의 희망과 회사의 인력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Q. 여직원 비율은 몇 %인가.

A. 14.8%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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