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떠난 직원들 왜 회사 근처에…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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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멀리 떠날 필요 있나요? 회사 공장 인근 휴양지에서 보내면 훨씬 알차죠.’ 대기업 공장 직원들이 일하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공장이 있는 현지에서 휴가를 보내는 ‘역(逆)피서’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들이 공장이 있는 현지에 하계휴양소나 문화시설을 마련해 편한 휴가를 보내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휴가철마다 텅 빈 도시에서 울상을 지었던 지역 상인들도 “지역경제에 보탬이 된다”며 반기고 있다.》

○ 현지서 즐기는 ‘역피서’ 큰 호응

역피서가 유행인 지역은 현대중공업, 포스코, GS칼텍스 등 대기업 공장이 주로 몰려 있는 울산을 비롯해 전남 광양시와 여수시 등이다.

GS칼텍스는 올여름 여수 인근의 섬마을 해수욕장 2곳을 통째로 빌려 공장 직원들의 휴양지로 활용하고 있다. 인적이 뜸하고 조용한 섬을 골라 편하게 쉴 수 있어 14일 개장부터 공장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현대중공업이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하서리에 운영하는 하계 휴양소는 해마다 이용직원이 늘어나 대대적인 시설 확충에 나섰다.

실제로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직원은 2004년 1만5000여 명에서 지난해 2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주차시설을 3배 넓히고 야외 어린이 풀을 신설하는 등 전체 규모를 크게 늘렸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최근 2년간 백운산 하계수련장을 찾는 직원 가족이 1만 명 이상 급증하자 객실을 추가로 10실 늘리고 대형 텐트도 4개 더 설치했다.

전국에 전화국이 있는 KT도 각 지역에서 일하는 임직원이 자신의 지역에 있는 숙박업소를 회사 측에 추천해 회사의 하계 휴양소로 지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경제성과 실용성이 매력

임직원 가족은 저렴한 휴가비용을 역피서의 최대 매력으로 꼽는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의 휴양소는 식비 외에 사실상 드는 비용이 없다. 포스코의 백운산 하계수련장은 1박에 1만5000∼2만 원이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에 근무하는 안상근(47) 씨는 “해마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을 울산에 불러 모은다”면서 “18명 대가족이 모여도 이틀간 비용은 20만 원도 채 안 들었다”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운영하는 전남 보성군 율포 해수욕장은 3인 기준 하루 10만 원이면 식비 입장료 주차료 등이 해결된다.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문화부 장민후 대리는 “과거엔 휴가철마다 ‘도시공동화’ 현상이 심했지만 요즘엔 공장 임직원이 회사 휴양소로 몰려 휴가철 ‘텅 빈 도시’는 옛말이 됐다”고 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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