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보험 이야기]소비자 빠진 손보사 담합 논쟁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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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14일 보험료율 담합 혐의로 10개 손해보험회사에 5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몇몇 동종 업체의 제보에 따른 것인데 손보사들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담합 여부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손보사들은 일단 공정위에 제보한 업체들에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른바 ‘상(商)도의’를 어긴 것으로 보고 업무협조 거부 등으로 ‘응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도 과징금이 부과된 손보사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듯한 모습이다. 2000년 보험료 자유화 후 일반 보험 상품의 보험료는 내렸다는 자료를 내 ‘손보사가 정상적으로 가격경쟁을 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일부 금감원 간부는 공정위가 감독 당국의 견해는 제대로 묻지도 않고 손보사를 자체 조사해 과징금을 매긴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공정위 발표대로 담합이 있었는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다만 손보사와 금감원의 반응에서 보험료 책정 방식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쉽다. 업계의 주장대로 담합은 아니라 해도 화재보험 등의 보험료를 ‘조정’해 온 관행 때문에 소비자의 상품 선택 범위가 좁아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손보업계는 “문제가 된 보험은 일반 소비자와는 상관없는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근로자재해보험과 화재보험 등은 대부분 기업이 드는 것이어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험 전문가는 “기업도 소비자”라며 “더욱이 보험료 인상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지면 근로자의 임금이나 복지 수준에도 영향을 주기 마련”이라고 반박했다.

만약 공정위의 주장대로 손보사가 담합한 사실이 앞으로의 소송 등에서 확정되면 소비자 피해규모는 더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공정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담합 관련 피해추정기준을 적용해 소비자 피해액이 약 4500억∼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보험료 자유화 조치 시행 이후 화재보험료는 전보다 약 16% 올랐다. 소비자들이 경쟁에 따른 가격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한 셈이다.

손보사와 금감원은 제보 업체를 색출하거나 감독권 침해를 우려하기에 앞서 혹시라도 업계의 관행이 소비자 권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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