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기는 日 금리… 한국 수출도 긴다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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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 환율의 하락세(원화가치는 상승)가 가파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5.53원 내린 100엔당 757.0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997년 10월 16일(754.84원) 이후 약 9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였던 2004년 1월 5일(1123.79원)과 비교하면 약 3년 5개월 만에 엔화 대비 원화가치가 33% 올라간 셈이다.》

○ 日 금리 세계 최저 수준

이날 엔화 약세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주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정태천 외환은행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예상되던 미국이 최근 유가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오히려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증시가 계속 호황을 보임에 따라 ‘달러화 강세, 원화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의 초저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일본은 5년 4개월간 유지하던 ‘제로금리’ 정책을 해제하고,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두 번 올렸다. 그렇더라도 기준금리 0.5%는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는 4%에 이른다.

이에 따라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해외 자산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엔 캐리 트레이딩’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강지영 외환은행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하반기(7∼12월)에 기준금리를 0.75%로 올리더라도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국 조선업 최대 호황 탓”

엔화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진 반면 원화가치는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2005년 초 이래 아시아 통화 중 가장 높은 10%가량 오르면서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영향이 크다”며 “조선업체가 선박 주문을 받을 때 환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선물환 매도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원화 수요가 늘어나 원화가치가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기 외화 차입을 강력하게 억제하고, 원화가치의 과다한 평가절상이 동북아 성장에 지장이 된다는 컨센서스가 생기도록 외교적,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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