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비게이션 지도가 유난히 세밀한 까닭은?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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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의 오류를 발견하면 바로 업체에 연락해 바로잡는 ‘프로슈머’ 이주혁 씨. 사진 제공 이주혁 씨
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의 오류를 발견하면 바로 업체에 연락해 바로잡는 ‘프로슈머’ 이주혁 씨. 사진 제공 이주혁 씨
“나도 불편하지만 내 뒤에 오는 운전자들도 또다시 길에서 헤맬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죠.”

경기 고양시에 사는 회사원 이주혁(32) 씨는 운전을 하다 내비게이션의 안내 멘트와 실제 도로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참지 못한다.

이 씨는 곧장 자신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용 전자지도 업체의 홈페이지에 지도의 오류를 지적하는 글을 올린다. 지난달엔 서울 지하철 3호선 녹번역의 출구 번호가 전자지도에 잘못 나와 있는 것을 발견해 바로잡았다.

이 씨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횟수는 한 달에 10∼15건. 지난 3년 동안 그가 지적한 오류가 바로잡혀 실제로 전자지도 업그레이드에 반영된 것만 150여 건이나 된다.

○ “우리 동네 지도는 내가 책임진다”

전자지도 업그레이드에 ‘프로슈머(prosumer·제품 제작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큰 활약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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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지도 업그레이드는 업체 실사팀이 정기적으로 실사차량을 운행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사차량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정밀위성위치확인시스템(DGPS) 등을 장착하고 도로를 주행하면 전자지도의 어느 부분이 실제 도로의 선형이나 주변 환경과 일치하지 않는지 잡아낼 수 있다.

전자지도 업체들은 이런 방식으로 보통 1∼2개월마다 지리정보와 안전운전정보를 업그레이드하고 사용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전자지도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려받는다. 하지만 겨우 수십 대에 불과한 실사차량으로 전국의 지리정보를 모두 파악하기란 역부족이다. 따라서 전자지도 사용자의 자발적 제보가 지도 업그레이드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 회사도 소비자도 ‘윈윈’

만도맵앤소프트는 자사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브랜드인 ‘맵피’와 ‘지니’ 사용자 약 120만 명을 ‘제2의 지도개발팀’이라고 부른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에 사용자들이 지도의 오류를 건의하는 게시판을 마련해 놓았다. 사용자들은 ‘지하차도가 개통됐어요’, ‘지난달부터 좌회전이 금지됐습니다’ 등 자신이 자주 다니는 길의 새로운 정보를 올린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함께 올리는 사람도 있다. 실사팀은 현장에 나가 고객의 제보를 확인하고 지도 업그레이드에 반영한다.

이렇게 하루에 올라오는 글만 100여 건. 올해 들어서만 이미 8300여 건의 제보가 업그레이드에 반영됐다. 물질적인 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용자들은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제보를 한다. 회사 측은 프로슈머들 덕분에 연간 1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팅크웨어 역시 자사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아이나비’를 쓰는 고객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매일 올라오는 제보를 전자지도 업그레이드에 반영한다. 파인디지털은 전자지도 ‘파인맵’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사용자의 제보를 30% 정도 반영한다.

○ 깐깐한 소비자가 세밀한 지도를 만든다

내비게이션 지도 업그레이드에 사용자들의 참여가 활발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지리정보와 교통정보가 자주 바뀌고 사용자들도 깐깐하기 때문.

만도맵앤소프트의 서동권 마케팅 팀장은 “우리나라는 도로망이 복잡한 데다 도로 공사와 대규모 아파트 건설 등이 많다”며 “회전 규제나 감시카메라 정보 등도 자주 바뀌어 전자지도가 1년에 약 30%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팅크웨어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객들은 전자지도에 좁은 골목길의 과속방지턱까지 나오길 요구할 정도로 깐깐한 편”이라며 “우리나라의 전자지도가 세밀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데는 고객들의 요구와 자발적인 참여가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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