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디자이너 김영선 씨가 보는 한국차 디자인

  • 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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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디자이너는 모델의 몸매 관리부터 의상 제작까지 모두 담당하는 ‘토털 코디네이터’와 같습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미래형 자동차 디자인 책임자인 김영선(44) 씨는 “한국 자동차가 프리미엄급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7 서울 모터쇼 방문차 한국에 온 김 씨는 11일 기자와 만나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 산업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완성 골격에 옷만 입히는 디자인은 한계

김 씨는 서울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국내파다. 15년간 현대·기아차에서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 히트작을 쏟아낸 그는 2000년 미국에 유학을 갔다 GM 디자인 책임자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다.

“처음 GM에 갔을 때 디자이너가 차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작업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에서는 엔지니어가 만들어 준 차체 골격에 옷을 입히는 역할만 하거든요.”

한국의 경우는 디자이너가 요구해 차체 설계를 변경하는 일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

그는 “생산비용 절감과 개발기간을 단축해 선진 업체를 따라 잡으려 한다면 한국의 분업체계가 효과적일 수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또 “경영진은 팀 간 대화가 활성화되도록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줘야 한다. 경영진이 디자인에 너무 개입하는 것도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아차가 지난해 말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부사장이 기존 차체의 골격까지 바꾸는 혁신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개발부서 간의 유기적인 조화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기대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도약, 독창적 디자인이 해법

그가 만드는 자동차는 GM의 미래를 보여 준다.

지난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시퀄(사진①)’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볼트(사진②)’로 최고디자인상을 받았다.

볼트는 일반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해 달리는 미래형 친환경 차량으로 6시간 충전하면 64km를 이동할 수 있다. 전기가 떨어지면 수소나 에탄올 등 친환경 연료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이 차는 이달 말 상하이 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그는 “시기상 서울 모터쇼 측에서 요구만 했었다면 한국에서 먼저 선보일 수 있었는데도 한국 측에서 아무런 요청이 없어 아쉬웠다”며 “서울 모터쇼가 단순한 대형 판매행사의 틀을 벗어나 세계적인 행사로 발전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모터쇼가 명확한 메시지(주제)가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경쟁 회사 직원으로 바라본 현대·기아차는 어떨까.

“현대·기아차의 초기 품질 상태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문제는 투자한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는 “독창적인 기술력을 보여 주는 디자인이 있어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창의성을 가로막는 상명하복식 위계질서를 없애고 장기적 안목에서 디자인에 투자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김영선 GM 어드밴스트 디자인 매니저

약력=서울대 산업미술과 졸업. 1986년 기아차 디자인센터,

1999년 현대·기아차 디자인센터, 2001년∼현재 GM 글로벌 디자인 헤드쿼터

대표 작품=기아차 스포티지, 쏘렌토, GM 캐딜락 식스틴, 시퀄, 볼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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