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여행사 상품으로 동남아에 다녀왔습니다. 가이드가 당초 여행 계획에 있지도 않은 마사지와 쇼핑을 강요해서 막대한 지출을 했습니다.’
‘△△건설사에서 시공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분양 계약 당시 카탈로그에 원목 온돌로 마룻바닥을 깐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일반 온돌이었어요.’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신고들이다. 28일부터 이 같은 일상적인 분쟁 사례들은 대부분 집단 분쟁조정신청 대상이 된다. 상품 속성상 같은 회사에서 유사한 피해를 본 소비자가 50명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집단 분쟁조정제도의 도입을 ‘소비자 주권의 혁명’으로 여기고 있다. 반면 기업들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2.건강식품 건설 여행 등도 주대상 될 듯
이 제도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들이다.
장수태 소보원 분쟁조정사무국장은 “휴대전화처럼 사용자가 많은 제품은 상당히 큰 사건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며 “정보통신을 비롯해 건설, 자동차, 여행업 등이 집단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나 각종 전자제품의 기계적 결함, 기상 이변으로 자주 일어나는 항공기 지연 사고에 대한 조정신청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 50명을 채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회원이 수천 명에 이르는 ‘안티(anti) 사이트’가 있는 대기업이 많은 데다 민간 소비자단체들도 언제든지 같은 피해를 본 소비자를 모집할 수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김진희 실장은 “3, 4년씩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드는 법정 소송보다는 분쟁조정 신청이 소비자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3.내년엔 단체소송제 도입
이는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비자단체가 기업의 위법행위 중지를 법원에 청원하는 것으로 소비자 안전과 직결되는 식품, 완구업체들이 주된 피소(被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 같은 단체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은 소비자단체 등 20여 개에 이른다. 당국은 합의에 실패한 집단 분쟁조정의 상당수가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맞춰 소보원은 분쟁조정을 맡는 조정위원을 30명에서 50명으로 늘리고, 변호사를 별도 채용하는 등 조정신청에 대비하고 있다.
4.기업들 조정신청 남용 걱정
지난해 ‘과자의 식품첨가물이 아토피를 유발한다’는 내용의 한 방송 보도 이후 식품업계는 매출이 급감하고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줄줄이 급락하는 홍역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조사 결과 과자와 아토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비록 공식적인 ‘면죄부’는 받았지만 그간의 피해는 되돌리지 못했다. ‘우지(牛脂) 라면’ ‘쓰레기 만두’ 등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대기업들은 대규모 분쟁조정에 따른 보상 부담도 걱정스럽지만 이보다는 기업 이미지 추락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식품회사의 고객관리담당 임원은 “고객 피해와 제품 하자의 상관성이 엄밀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정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들만 피해를 본다”며 “조정신청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각 기업의 소비자 관련 부서장들의 모임인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OCAP) 변상만 회장도 “제도가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 번진 뒤 기업들의 혐의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명예훼손에 따른 역(逆)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법을 만든 재경부 측은 “집단 분쟁조정을 개시할지 여부는 소보원 조정위원회가 철저히 심사하기 때문에 남용 우려가 적다”며 “분쟁조정에 대비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게 유도하는 등 순기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품목별 소비자 상담 건수 추이 순위 2001년 2006년 1 건강보조식품 인터넷서비스(가입 해지 등) 2 이동전화서비스 이동전화서비스 3 어학교재 휴대전화기(기계 결함) 4 할인회원권 양복세탁 5 양복세탁 자동차중개(중고차 매매 등) 6 가옥임대차 어학교재 7 신용카드(비은행계 카드사) 건강보조식품 한국소비자보호원 접수 소비자상담 자료: 한국소비자보호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