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들 경영권 승계 사실상 일단락…‘젊은 그들’ 떴다

  • 입력 2007년 1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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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39) 삼성전자 전무가 19일 최고고객경영자(CCO)라는 중책을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주요 기업의 오너 2, 3세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년간의 상무 생활을 거친 이 전무의 승진은 다른 기업과 비교할 때 그리 빠른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무가 되자마자 보이는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다른 기업에서도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삼성 이재용 전무 사실상 CEO 역할

이 전무가 17일 전무로 승진할 때만 해도 그룹 안팎에서는 당분간 이 전무가 삼성전자의 기존 사업부 휘하의 팀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전무는 19일 삼성전자의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CCO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삼성전자를 이끌어 가는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무는 최종 소비자뿐만 아니라 모든 거래처와 주주, 투자자들을 포함하는 고객을 두루 만나 삼성전자 미래 전략의 틀을 짜는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그는 윤종용 부회장의 직할 조직으로 어느 총괄 사장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윤종용 부회장-이재용 전무’의 경영 구도를 갖추게 된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5∼10년 뒤 먹고살 미래사업 발굴이며 이 같은 고민 끝에 나온 결과가 CCO 직책의 신설”이라며 “이 전무는 앞으로 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 현대百 현대차도 오너 2, 3세 전진 배치

삼성에 앞서 젊은 오너 2, 3세들을 승진시켜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한 기업도 많다.

신세계의 최대주주인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39) 씨는 지난해 11월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두 계단을 뛰어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부친인 정재은 명예회장의 지분(4.46%)을 넘겨받아 지분을 9.32%로 늘리며 이명희(15.33%) 회장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고 경영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12월 정몽근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아들인 정지선(35)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정 부회장은 2003년부터 부회장 직을 맡아 오긴 했지만 그동안 부친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정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진함에 따라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됐다.

SK케미칼은 지난해 12월 28일 고(故) 최종건 SK그룹 초대 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현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43) 부사장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오너 경영체제를 강화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37) 사장은 2005년 2월 기아차 사장에 오른 뒤 지난해 12월 완공된 슬로바키아 공장 등 굵직한 현안을 챙기고 있다.

○ 금호, 한진, 현대도 경영 수업 중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나이로 입사 1, 2년 만에 임원이 된 오너 2, 3세도 부쩍 많아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32) 씨는 지난해 12월 1일 입사 1년 만에 계열사인 금호타이어 기획팀 부장에서 그룹 전략경영본부 이사로 승진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딸인 조현아(33) 씨와 아들 조원태(31) 씨도 1년여 만에 각각 상무와 상무보로 진급했다. 같은 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30)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은 전무로 승진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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