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면 다 바꿔라” 中企의 변신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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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에 있는 한국마그넷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잘나가는 농기계 부품업체였다. 하지만 요즘은 자동차 부품업체로 불린다. 농기계 부품보다 자동차 부품을 더 많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공조기 부품 다섯 가지를 생산해 올린 매출은 150여 개 농기계용 공랭식 엔진부품의 매출보다 많았다. 강병영 한국마그넷 이사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주력사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 침체와 값싼 중국산의 공세로 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성장이 멈춘 한계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찾겠다는 것이다.

○ 연리 4%대 사업전환자금 신청 몰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전성금속은 산업용 설비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이를 위해 안산공대와 손잡고 산업용 기어와 동력장치도 개발했다.

이 회사의 연경섭 사장은 “3년 내에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용 설비의 매출을 전체의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해도 아이템이나 자금이 없어 고민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난해 9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연리 4%대 금리로 사업전환 자금을 빌려 주는 사업을 시작하자, 석 달간 132개 업체가 신청했다. 이 중 104곳이 사업 지원 승인을 받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사업지원센터 이창섭 과장은 “중소기업의 사업전환 관련 문의가 하루 평균 3, 4건씩 들어온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63% 새로운 수익사업 찾아나서

중소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는 심각하다.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는 분위기다.

산업연구원이 2005년 11월 중소 제조업체 18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3%는 ‘사업전환을 추진했거나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7.9%는 자사 제품이 ‘저(低)수익, 저성장’ 시장에 있다고 답했다. 주력사업이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75.6%를 차지했다.

산업연구원 조영삼 연구위원은 “대기업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 낮은 중소기업은 사업구조조정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시장조사와 연구개발 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사업 다각화는 동전의 양면

사업전환이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역량이 분산돼 주력사업을 잃을 수도 있다. 신규 투자에 따른 자금 압박도 견뎌야 한다.

전자레인지용 축전기를 생산하던 중소기업 리드원은 지난해 부도를 맞았다. 값싼 중국산의 공세로 주력상품의 판매 단가가 1년 새 절반으로 떨어지자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부품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일본기업이 버티고 있었다. 일본 원자재 업체마저 무리한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자금 압박을 버티지 못했다.

이 회사 김재봉 사장은 “원자재 공급처 확보, 사업단계별 자금 계획 등을 치밀하게 세우지 못한 게 실패의 원인”이라며 “막연하게 ‘될 것이다’라는 생각으로는 가진 것마저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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