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연구실”…열정이 있기에 미래는 밝다

  • 입력 2007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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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는 사무 공간과 시험 생산라인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는 사무 공간과 시험 생산라인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원들이 하이브리드카인 ‘베르나 하이브리드’에 둘러서서 기술 개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원들이 하이브리드카인 ‘베르나 하이브리드’에 둘러서서 기술 개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시의 적절한 연구개발과 신속한 설계, 효율적인 생산 공정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1등 조선소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시의 적절한 연구개발과 신속한 설계, 효율적인 생산 공정은 현대중공업이 세계 1등 조선소의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개발팀장인 최정달 삼성전자 상무는 1일 새벽 등산을 마친 후 곧바로 경기 화성시에 있는 NRD(New Research & Development) 연구센터로 출근했다.

“중요한 실험 결과가 나왔거든요. 이 결과에 맞춰서 앞으로 어떻게 연구를 진행해야 할지도 생각해야 하고요.”

팀원 25명 중 6명이 이날 출근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종무식 이후에도 조별로 야근과 주말근무를 해 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는 하루 24시간, 365일 언제나 불이 꺼지지 않는다. 연구 도중에 실험 장치를 끌 수 없는 반도체 분야의 특성과 미국 인텔을 꺾고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는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화성시 반월동 등에 걸쳐 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들은 거대한 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둔 기흥단지(43만 평)와 화성단지(48만 평)의 넓이에다가 300m 길이의 공장은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 직원 2만 명 가운데 절반인 1만 명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총 6곳의 연구소에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가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진이 만들어 낸 성과는 정말 화려하다. 지난해에도 ‘세계 최초’가 붙은 제품을 두 가지나 만들어 냈다. 4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32Gb(기가비트) 낸드플래시와 50nm 1Gb D램 개발은 국내 주요 대기업 33개 사의 최고기술경영자(CTO)들이 뽑은 ‘2006년 산업기술계 10대 뉴스’ 1위에 올랐다.

특히 연면적 3만5000평 규모의 화성 NRD 연구센터는 세계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곳이다. 지난해 5월 가동에 들어간 이 연구소는 차세대 제품과 공정,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NRD 연구센터 연구원 2000여 명은 10년 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신기술 로드맵을 이미 만들어 놓고 동시 개발 중이다. 5년 후 실용화될 기술을 A팀이 개발하는 동시에 B팀이 10년 후 실용화될 기술을 담당하는 식이다.

최 상무는 “요즘에는 삼성전자 신기술을 후발업체들이 모방하는 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최선을 다하는 연구원들이 있는 한 문제없다”며 자신 있게 말했다.

용인·화성=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1일 경기 화성시 장덕동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 하이브리드 프로젝트팀 연구실.

휴무일이지만 많은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은 3월 발표를 앞두고 있는 3단계 하이브리드 모델의 엔진 관련 프로그램 작업에 열중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대·기아차 연구소는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말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했다. 사전에 협의를 하고 갔지만 출입구에서 보안심사를 통과하는 데만 20분이 걸렸다. 어렵게 정문을 통과한 뒤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 하이브리드 프로젝트 연구동에 도착했다.

연구동 작업장에는 테스트 중인 아반떼 베르나 프라이드 등을 비롯해 일본의 도요타 혼다 마쓰다 차량 등이 즐비했다. 세계 하이브리드카의 전시장 같았다.

이미 일본에서 10년 전부터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2020년경에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카의 선두주자인 도요타는 1980년대 초반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인력만 1000명에 이른다.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프로젝트팀은 도요타가 첫 번째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를 발표한 1997년에 출범했다. 연구인력은 현재 도요타의 5분의 1수준인 200여 명이다.

프로젝트팀은 도요타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구원들은 ‘일당백(一當百)’의 각오로 노력했다.

연구원들은 모터의 안전성 테스트를 위해 하이브리드카를 몰고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다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이기상 프로젝트팀장(이사)은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험모델 발표를 앞두고 2주일 정도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연구실에서 생활을 한다”며 “우리 팀이 지난해 야근을 하면서 먹은 컵라면이 한 트럭 분량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의 이런 노력으로 도요타와의 기술 격차를 4, 5년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화성=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울산 현대중공업 150만 평 대지의 구석에 자리 잡은 선박해양연구소.

지은 지 30년이 넘은 4층짜리 허름한 건물이지만 세계 조선업계의 연구개발(R&D)을 선도하는 ‘R&D 1번지’다.

베테랑 인재 120명이 한 해 쏟아내는 연구 성과물만도 300여 건. 이곳에서 개발된 선형이나 건조 기술은 곧바로 세계 조선업계의 ‘교과서’가 된다.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회사 전체가 세밑 분위기로 들떠 있었지만 이곳만은 예외였다. 선박해양연구소를 진두지휘하는 이홍기 상무는 “세계 제1조선소의 핵심 연구시설이다 보니 국내외 경쟁사들이 우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며 “쇠망치는 멈춰도 연구실의 컴퓨터는 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선박해양연구소가 내놓은 히트작은 한두 개가 아니다. 배를 독(dock)이 아닌 육상에서 만들어 진수하는 육상건조공법이 대표적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 등도 이곳 연구원들의 손과 머리를 거친 작품이다.

선박해양연구소는 최근 LNG 해상터미널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주 금액이 1조 원을 넘는 고부가가치인 데다 경쟁 조선업체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기술 격차가 있는 ‘블루오션’이기 때문.

바다 위에 뜬 채로(Floating) 수심 2000m 깊이의 원유를 퍼 올려(Production) 저장하고(Storage) 다른 선박에 인도하는(Offloading)는 심해저용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도 현대중공업의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

이 프로젝트는 선박해양연구소와 함께 범(汎)R&D부문에 속하는 조선사업본부 기본설계실이 담당하고 있다. 기존 FPSO보다 두 배나 깊은 곳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파도와 바람에도 움직이지 않고 배의 위치를 유지하는 계류기술이 핵심이다.

기본설계실 이철희 상무는 “130척의 기본설계를 뽑아내는 1200명의 설계 인력은 세계 조선업계가 부러워하는 든든한 자산”이라며 “이미 1000m급 FPSO 7개를 생산한 저력이 있어 이번 프로젝트도 조만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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