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3000억 달러 시대…맨손으로 쌓은 금자탑

  • 입력 2006년 12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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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3000억달러 시대 밝았다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이 5일 연간 30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세계에서 11번째다. 국내외를 누빈 수출 역군들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광장에서는 ‘수출 3000억 달러 기념탑’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김미옥 기자
수출 3000억달러 시대 밝았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이 5일 연간 3000억 달러를 처음 돌파했다. 세계에서 11번째다. 국내외를 누빈 수출 역군들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무역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광장에서는 ‘수출 3000억 달러 기념탑’이 환하게 불을 밝혔다. 김미옥 기자
《김기탁(85) 삼화제지 명예회장은 8·15광복 직후부터 연락선을 타고 홍콩을 오가며 건어물과 텅스텐을 수출했던 ‘1세대 무역인’이다. 김 명예회장은 “그때는 오징어나 무연탄 같은 1차 생산품 외에는 해외에 팔 물건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겨우 바다에서 오징어나 잡아서 내다 팔아야 했던 대한민국이 5일 세계에서 11번째로 수출액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수출 품목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첨단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했다.》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린 수출 역군들은 피땀을 흘렸다. 이들의 노력은 엄혹한 식민지 경험과 전쟁의 폐허에서 출발한 한국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 결정적 원동력으로 꼽힌다.

○ 세계 11번째로 달성

산업자원부는 올해 수출액이 5일 오후 6시 현재 3003억 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초로 연간 300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산자부와 한국무역협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광장에서 수출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출 3000억 달러 기념탑’ 점등식 행사를 열었다.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수출 통계를 작성한 1948년 한국의 수출액은 1900만 달러. 수출 규모는 카메룬의 절반 수준으로 세계 100위권이었다. 당시 주력 수출품은 오징어와 한치 등 건어물과 텅스텐, 무연탄 등이었다.

한국의 수출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린 것은 1960년대였다. 5·16군사정변을 통해 집권한 박정희 정부는 극심한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입대체 대신 수출에서 한국의 살길을 찾았다.

이 시대의 정치적 공과(功過)에 대한 논란은 적지 않지만 경제에서만은 ‘그늘’보다 ‘빛’이 훨씬 컸다. 이 과정에서 기업인 근로자 정부관료 등 많은 수출역군이 국내외에서 불면(不眠)의 밤을 보내며 땀을 흘렸다.

○ 오징어에서 시작해 반도체로

한국의 수출사에서 1964년은 중요한 해다. 지난달 30일 무역의 날을 기념해 무역협회가 펴낸 ‘한국무역사’도 한국 무역의 10대 뉴스 중 첫 번째 뉴스로 수출 1억 달러 달성을 꼽았다.

한국무역사는 1억 달러 달성을 ‘국민의 관심과 잠재 역량을 이끌어 내 후일 수출이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때 주력 수출품은 가발과 합판 등이었다.

1970년대와 80년대는 의류와 신발 등이 우리 수출을 이끌었다. 이어 1990년대 이후 자동차, 반도체, 휴대전화 등 첨단 제품을 주력 수출상품으로 내세워 마침내 수출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지금까지 수출 3000억 달러 고지를 밟은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중국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벨기에 등 10개국이다.

이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9개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000달러를 넘고, 8개국은 3만 달러 이상이다. 하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기업인들의 사기가 예전 같지 않은 데다 최근에는 급격한 미국 달러 및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강세(원화 환율 하락)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이 늘어도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않고,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이 감소되고 있는 점도 고민이다.

무역을 통해 나라를 일으켜 세운 한국. 해외 수출과 이를 위해 뛰는 무역인들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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