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 빠진 경쟁 3社 “우리도 투자”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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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쓰오일 울산 공장 고도화설비 전경. 저급 벙커C유를 휘발유나 등유 경유 등으로 만드는 이 설비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땅 위의 유전’으로도 불린다. 사진 제공 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 공장 고도화설비 전경. 저급 벙커C유를 휘발유나 등유 경유 등으로 만드는 이 설비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땅 위의 유전’으로도 불린다. 사진 제공 에쓰오일
《‘오늘은 왜 이리 잘나가는 걸까∼.’

요즘 에쓰오일은 정말 ‘잘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분기(6∼9월)에 매출 4조11억 원, 영업이익 2958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3.6%, 영업이익은 56.2%나 늘었다.

매출 규모는 정유업계 3위지만 영업이익 증가율은 단연 선두다.

반면 GS칼텍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48.9% 줄었고 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이 97.1%나 떨어졌다. 정유업계 1위인 SK㈜의 영업이익은 4.5% 증가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이처럼 유가(油價)는 같지만 정유 4사(社)의 실적이 엇갈리는 것은 설비 투자와 사업 구조 때문이다.》

○ 설비와 사업 구조 따라 웃고, 울고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사와 합작으로 1991년부터 2002년까지 2차례에 걸쳐 모두 18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투자해 고도화 설비인 중질유분해탈황시설(BCC)을 건설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저급의 벙커C유를 휘발유나 등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시키는 이 설비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지상유전(地上油田)’으로 불린다.

에쓰오일이 다소 위험을 안고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 경질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수출에 주력하겠다는 의도였다. 현재 에쓰오일은 하루 29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보유해 SK㈜(11만1000배럴)와 GS칼텍스(9만 배럴)를 크게 앞선다.

반면 GS칼텍스는 지난해에야 고도화 설비 증설 공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경질유 수요 증가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데다 외환위기까지 겹쳐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희비는 최근의 정제마진(원유를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남는 이익)에서 엇갈렸다.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벙커C유의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단순 정제마진이 ‘제로(0)’에 가까워진 크랙 마진(벙커C유를 경질유로 만들어 남는 이익)은 크게 늘어났다. 단순 정제에 주력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이익이 급락한 것은 이 때문이다.

○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유업계에서는 당분간 크랙 마진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고도화 설비 투자에 한창이다.

이미 증설에 들어간 SK㈜와 GS칼텍스의 고도화 설비는 2008년 완공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GS칼텍스의 고도화 설비가 완공되면 영업이익 증가율이 3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투자유치를 통해 고도화 설비나 석유화학 설비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2010년까지 3조5000여억 원을 들여 설비 증설에 나선다. 잘나가는 말에 채찍을 더하는 셈이다.

한편 SK㈜는 정유사업의 낮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과 자원개발사업의 실적이 좋아 비교적 선방(善防)할 수 있었다. 파라자일렌(PX) 등의 석유화학제품의 국제 가격이 급등해 실적을 뒷받침했다.

GS칼텍스도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지만 정유사업에 비해 비중이 크게 작아 실적에 미친 영향은 적었다.

정유업계 3분기(7∼9월) 실적 (단위: 원)
업체매출액영업이익지난해 3분기와 비교한 증감률
SK㈜6조5147억3495억매출 13.2% 영업이익 4.9%
GS칼텍스5조2906억1335억매출 26.6% 영업이익 ―48.8%
에쓰오일4조11억2958억매출 23.6% 영업이익 56.2%
현대오일뱅크2조3830억38억매출 11.1% 영업이익 ―97.1%
자료: 각 업체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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