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황당 캠페인’ 거부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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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의 경품 및 무가지(無價紙) 제공 관행을 없애겠다며 다음 달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정부 주도 캠페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본보 11일자 6면 참조▽

▶공정위 황당한 캠페인…‘신문 무가지 근절’ 100만명 서명 등

공정위에서 캠페인 협조 요청을 받은 단체 중 일부는 이번 캠페인이 내포한 문제점을 들어 참여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캠페인을 강행할 경우 결국 정부 및 정부산하기관, 메이저 신문을 공격해 온 일부 친여(親與)단체만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전례 없이 특정업종을 겨냥한 ‘황당한 캠페인’을 국민 혈세로 시행하려는 배경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이런 캠페인에 참여할 수 없다”

11일 신문협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4일 각 단체에 캠페인 참가 의사를 타진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정위는 이어 2주일 뒤인 같은 달 18일 공문을 보낸 단체 중 일부와 간담회를 열어 ‘100만 인 서명운동’ ‘무가지 피해 수기 공모’ 등을 담은 캠페인안(案)을 잠정 확정한 뒤 이달 10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본보 취재 결과 이 과정에서 일부 단체는 공정위 측에 캠페인 내용과 진행 방식 등을 문제 삼아 불참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신문협회는 “캠페인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고, 특정 신문을 비난하는 일부 시민단체와는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정위에 전달했다.

한국소비자연맹도 공정위 측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비자가 골탕 먹는 다른 분야도 얼마든지 많은데 유독 신문을 겨냥해 서명운동을 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특히 정광모 소비자연맹 회장은 캠페인 내용이 보도된 11일 본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와 “소비자단체는 신문을 공격하거나 특히 이상한 단체(일부 친여단체를 지칭)와 일하는 것을 싫어한다”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는 빠질 것이고 당초 참여를 약속한 다른 소비자단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 친여단체만의 캠페인 가능성 높아져

이렇게 일부 단체가 참여를 거부하거나 머뭇거리자 공정위는 지난달 말부터 한국언론재단 등 일부 단체에 공문을 보내 추가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참여를 권유받은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김천주 회장은 11일 주순식 공정위 시장감시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공정위가 지난달 참여 요청을 했을 때 신문시장 경품 문제를 개선하자고만 했지 친여단체 등과 함께 100만 인 서명운동을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지 않았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 회장은 본보 기자에게도 주 본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한 뒤 “이런 식이라면 캠페인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어서인지 공정위는 25개 단체와 공동으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발표했을 뿐 전체 참여단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까지 확인된 참여기관 및 단체는 문화관광부 신문발전위원회 한국언론재단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생활정치네트워크-국민의힘 소비자보호원 등으로 대부분 정부 및 정부산하기관, 친여 성향 단체다.

한편 공정위는 11일 해명자료를 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게 아니라) 소비자단체는 물론 13개 일간지의 신문판매 담당 간부도 회의참석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를 지난달 18일 열어 의견을 수렴해 캠페인 계획을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회의에 참석한 신문사는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세계일보 등 3개사뿐이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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